사법농담1탄 - 양판과 시삼네스
사법농담1탄 - 양판과 시삼네스
  • 아리랑
  • 승인 2019.04.21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법농담.- 양판과 시삼네스

                     아리랑

우리 야그의 주인공인 양판

오늘 밤 영 잠 못 이루네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하면 뭔가 그럴 듯한데

양판은 잠 못 이루고 해봤자 이건 뭐 웃기는 거라

우리 야그의 주인공 양판이 누구냐

양처럼 순하다거나 어질어서 양판은 아니고

누구는 양다리 걸쳐서 양판이라고 하고

누구는 양두구육이라서 양판이라는데

양아치라 양판이라는 설도 있더라

양판이 잠 못 이루는 까닭은 뭔가

내일이면 재판정에 나가야 하기 때문

재판 받는 것도 싫지만

기레기들한테 둘러싸여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받는 것이 정말 싫더라

얼마 전 보석을 신청했는데 기각당했구나

 

쥐박이도 비슷한 시기에 보석되었는데 쩝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보석되는데

자기가 안 될 까닭이 없다는 게 양판의 생각

보석이 안 된 데는 변호사의 책임도 있것다

보석 신청을 하랬더니 죽을 상을 짓다가

며칠 있다가 와서는 한다는 말이

보석은 차입이 안 된다는 거라

그 보석이 아니라 석방되는 보석 말야 이놈아

소리를 빽 질러 주었다

 

변호사나 되는 놈이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아무튼 그래서 신청한 보석이 기각되어 버리고

그래도 첫 공판은 피고가 안 나가도 된다고 하여 안 나갔고

판관이 검사에게 공소장이 문제 있다고 큰소리 쳤다지

알게 모르게 아직 양판 라인이 움직이는 모양인데

암튼 내일 재판정 나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양판

잠도 안 오고 책이나 볼까 하고 펴들었는데

 

사법정의 어쩌구 하는 책이렷다

공부라면 그래도 소싯적에 좀 했지만

사실 그때도 교과서 참고서나 봤지 이런 책은 안 봤고

판관이 된 뒤에는 퇴근하면 폭탄주 마시랴 골프 치랴

책이라곤 멀리하고만 살아왔는데

감옥에 갇혀 있다 보니 책이라도 들추지 않으면

속 터져서 살기 어렵더라

 

그런데 사법정의 어쩌구 하니 두드러기가 난다

두드러기 하니 생각나는 황당안 아니 황교활인가

세상에 그런 걸로 군대도 안 가는 놈이 왕이 되겠다니

양판이 아무리 양심에 멍이 들었어도

그런 게 얼마나 뻔뻔한 일인지 정도는 안다

그리고 세상에 그런 놈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한때는 그래도 정의감이 있었다고 하는 친구 판관도 있었것다

허나 양판은 그런 친구들 우습게 봤었다

정의가 밥 먹여 주냐 그런 소리 하는 놈들 다 물리치고

판관 우두머리가 된 건 바로 나 아니었더냐

그런데 이제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렸던 시삼네스 재판관이 캄비세스왕으로부터 살가죽을 벗기우는 처형을 받는 장면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렸던 시삼네스 재판관이 캄비세스왕으로부터 살가죽을 벗기우는 처형을 받는 장면

 

새옹지마가 이런 것인가 한숨이 절로 나네

에라 그런 생각해야 뭐하냐 옛날 야그나 보자

그저 재미로 볼 생각으로 펼쳐 보니

아주 아주 오랜 옛날 기원전 6세기라는데

페르시아라는 곳에 캄비세스라는 황제가 있었다지

그 밑에서 판관을 하는 시삼네스란 자가 있었더란다

그런데 이 자가 그만 뇌물을 먹고 판결을 하다 들켰다는데

이런 쳐 죽일 놈이 있나

양판이 쳐 죽일 놈이라는 건 뇌물 먹었다는 게 아니다

아니 그걸 들키냐는 것이다

누구 다치게 하려고 들키냐는 것이지

 

그래 캄비세스라는 황제가 시삼네스를 잡아 들여서

어떻게 했냐 하면 아이고 끔찍해라

살가죽을 벗겼더란다

그리고는 그 살가죽을 의자에 씌워서

 

그 아들 오타네스에게 거기 앉아 판결을 하라 했다지

니 애비 뇌물 먹다 이 꼴 된 것 잊지 말고

조금이라도 니 애비처럼 될 생각 말고

공정하게 하라는 거였단다

아이고 무서워라 소름이 쫙 돋는구나

 

괜히 켕기는 게 많은 양판

안절부절 못하면서 서성이는데

밤도 한참 깊은 시각에 사동문이 열리더니

저벅 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것도 사방 담당 말고도 세 명은 넘는 발자국 소리

이 밤중에 갑자기 무슨 일일까

양판의 방 쪽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오더니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양판 방 앞에 딱 서더니 문을 따는구나

평소에는 말이라도 붙이더니

옥졸은 아무 말 없이 문만 열어 주고

이상한 옛날 투구를 쓴 자들이 들어오더니

갑자기 양팔을 끼고는 끌고 나간다

너무 놀란 양판 아무 말도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요 무슨 일이요 물어도

무슨 외국어를 지껄이고는 양판에게는 아무 대답도 안 하는 거라

문득 드는 생각 단두대라도 가나

아니지 이제는 단두대라는 것은 없는데

아무리 대역 죄인이라도 재판 없는 처형은 없을 텐데

 

아이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그 사이 법이라도 바뀌었더냐

쿠데타라도 나서 즉결처분하는 거냐

아니면 아니면 혹시라도 풀려나는 거냐

풀려나는 것치고는 너무 거친데

사동을 벗어나니 차에 태우더라

그리고 감옥 문을 나서서 한참 간 곳

구름이 자욱한 곳인데 거기서 마차에 옮겨 타고는

웬 궁전으로 들어가는구나 아이고 살았구나

 

단두대도 아니고 교수대도 아니니 이제 살았구나

저기 까마득한 곳에 임금 같은 자가 앉아 있고

신하들이 좌우로 좍 늘어섰는데

임금 같은 자가 뭐라고 지껄이자

누군가가 통역을 한다

양판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건 또 뭐냐 왜 저들이 나를 잡아먹으려 하지

뭔가 변명을 해보려다 분위기가 영 아니라서

그저 잘못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라고 하니

내가 누군지 아냐 페르시아의 캄비세스 황제다

캄비세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맞다 조금 전에 읽었던 책에 나온 인물

시삼네스의 살가죽 벗긴 인물 아이고 죽었구나

 

멀리 동방에도 뇌물 먹고 재판 거래하는 놈이 있다기에

내가 너를 잡아오라고 한 것이다

아니 웬 오지랖이 그리 넓냐

재판 거래를 하든 말든

지네 나라도 아니고 지네 시대도 아닌데

시공을 초월해서 참견을 하는구나

뭔 이리 재수가 없어서 이런 놈한테 걸릴까

황제란 자가 또 뭐라고 소리 치자

커다란 도구가 들어오고 양판을 거기 묶는구나

그리고는 칼 든 자가 다가와서

 

양판의 살가죽을 벗기기 시작하는데

들리는 건 양판의 비명과 살가죽 벗겨지는 소리

아아 뭐 이런 경우가 있나

나는 아직 재판도 안 했단 말이다

아무리 소리쳐도 꿈쩍을 안 하네

몸부림치고 까무라치고 다시 깨어나고

재판할 때 고문 받았다고 주장하던 인간들이

이렇게 당했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나쁜 짓 좀 안 하고 살 걸 그랬나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도 나 정도면 약과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

 

이러면서 살가죽이 거의 다 벗겨질 무렵

저 멀리부터 동이 터오는데

동시에 들리는 쇠 두드리는 소리

기상 기상 뭐하고 있어요

궁전 안 인간들이 흐릿해지더니

오버랩 되는 낯익은 방안의 모습

아이고 꿈이었구나 꿈이었구나 살았구나

 

이럴 때 보통 사람이라면 단 몇 초라도

어이쿠 이제 착하게 살아야지 할 텐데

우리 야그의 주인공 양판이 누군가

그런 생각보다 먼저 그러면 그렇지

재판 없이 사람 살가죽을 벗기다니 말이 되나

이러면서 배를 두드리고 있는데

다시 생각하니 오늘 재판정에를 가야 한다

복도에서 바삐 움직이는 옥졸과 청소원들의 소리

아이고 기레기한테 둘러싸여 질문을 계속 받느니

차라리 살가죽 벗겨지는 게 나을 것도 같은데

 

그렇지 오늘 기레기들이 마이크 갔다 대면

캄비세스 시삼네스 시삼네스 캄비세스

이런 소리나 지껄여주자

그러면 내일 신문에 병보석 필요성이 나오지 않을까

대단한 발견이나 한 듯 웃었다가 한숨 쉬었다가 하는 양판

아주 머나먼 나라에서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야그란다

믿거나 말거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