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관의 수장이 자신은 “뇌물을 수수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직무유기
한 기관의 수장이 자신은 “뇌물을 수수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직무유기
  • 최자영(전, 부산외국어대 교수)
  • 승인 2019.05.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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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개혁을 지지할까

                                      

충남 논산 B병원 관리부장 지낸 현 모씨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혐의로 윤 지검장을 고발한 바 있는 현씨는 "당시 검찰의 일방적인 묵살로 수사 개시조차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은 관련 재판이 진행되던 2008320일 논산지청장으로 새로 부임하여 20091월까지 10개월가량 논산지청장으로 있었다. 현씨는 논산지청은 재판장이 주문했던 계좌추적영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논산지청이 병원 경영진 계좌들을 추적했다면 리베이트 자금 사용 내역이 다 드러났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논산지청은 20085월 이 이사장에게 징역 2, 이 이사에게 징역 6월에 추징금 194800만원을 구형했으나, 그해 81심 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피고의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논산지청은 항소하지 않았고, 병원 경영진의 무죄가 그대로 확정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현씨의 '뇌물 수수' 주장에 대해 "직무와 관련해 1원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윤 지검장의 해명에 따르면, B병원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당시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사건이 있었는데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져 (담당)검사가 '기소해도 공소유지가 어렵겠다'고 보고해서 그대로 처리하라고 한 것"이란다.

문제는 윤석열 자신이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이 반드시 검찰이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다른 검사가 뇌물을 받고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방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뇌물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윤석열은 기관장 신분으로서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석열 자신의 해명에서 판단 오류 가능성도 드러난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그와 똑같은 사건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동료 검사의 말을 듣고 이 사건을 예단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건을 두고 똑같다고 생각한 것이 문제가 된다. 실체가 다른 두 개의 사건이 어떻게 똑같은사건이 될 수가 있나? 윤지검장은 두 사건을 획일화했고, , 현씨에 주장대로라면, 당시 논산지청은 재판장이 주문했던 계좌추적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윤석열은 똑같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선고를 했으니, 기소해도 공소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는 법원의 판결에 그대로 승복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법원이 잘못 판단해서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검토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지검장이 동료검사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법원의 판결에 쉽게 승복한 사실은 그가 전형적인 검찰 조직의 자식임을 노정한다.윤석열 지검장이 주장하는 대로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사실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여 직무를 수행했다거나, 검찰청 내에 아무도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나 아래 사람들이 뇌물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뇌물 받은 자가 사실을 왜곡하는 점을 간파하지 못하고 대충대충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면, 그는 기관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기관의 수장이 자신은 뇌물을 수수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검찰의 부당, 부실 수사뿐 아니라, 사법 권력의 농단이 사회 주요현안으로 떠올라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에게 알려진 윤석열은 채동욱과 함께 박근혜의 불법 댓글 관련 의혹을 파헤치다가 좌천되어 불이익을 당했고, 최근에는 자신의 집 앞에서 보수 성향의 자유연대 사무총장 김모씨에 의해 협박 방송을 당했다. 그런데 이런 피해 사실들이 대한민국 검사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윤석열이 갖는 타성을 상쇄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된 것을 두고 적폐청산을 방해하는 세력에 의한 음해로 해석되기도 한다. 경 모씨는 댓글에서 적폐청산을 막으려는 무리들에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는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이재명, 승리, 김학의 등을 모조리 단죄해서 적폐청산에 앞장서 주십시오라고 썼다.

여기 뜬금없이 이재명이 왜 타도 대상에 들어가나? 그가 전 정권에서 무슨 적폐를 양산한 주인공도 아닌 터이다. 반대로 윤석열에 대해서는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정의로운 이로 미화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극단적 평가가 편견의 맥락에서 유사성이 있다. 여기서 윤석열 개인을 영웅시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오도한다. 검찰 조직은 적폐 양산의 중심에 있고, 윤석열도 그 타성적 조직의 부정부패에 대한 반성 의식이 크게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정권 하에서 불법 댓글 수사를 고집하다가 좌천당하여 이른바 7인의 의로운 검사로 이름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부당 부실수사의 온상인 검찰개혁을 지지할까? 또 권력과 금력에 휘둘리는 재판 관행에 대해 비판적일까? 답은 부정적이다. 그는 검찰 개혁에 관련한 문제에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동료검찰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랐을 뿐, 그 동료의 말이 편파적일 수도 있다는 반성의식이 없었다. 또 법원의 판결도 그대로 추종하면서 그 판결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

위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의 공정성은 물론, 윤석열이 기관장으로 있던 논산 지청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처사가 타당했던가 하는 점을 철저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적폐의 온상, 명하복의 타성에 젖은 검찰이 전횡하는 수사 종결권, 기소독점권은 구조적으로 분산되어야 한다.

- 최자영(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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