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언어들ㅡ 아, 5ᆞ18이여 ㅡ
저 푸른 언어들ㅡ 아, 5ᆞ18이여 ㅡ
  • 정연탁(시인, 한의사)
  • 승인 2019.05.20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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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언어들

, 518이여

생의 전선이 팽팽할 때, 오월의 산에 오르다 보았다.

 

저 산, 저 숲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꽃들, 풀들, 나무들이여.

그 위에 슬쩍 앉아있던 연초록 바람들이여. 꽃잎과 꽃잎 사이

맴돌던 푸른 속삭임들이여. 채 소화되지 않는,

미처 다 소화할 수 없는, 이 싱싱한 원형질이여.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저 꽃, 저 풀, 저 나무들, 저 바람들.

저 오월의 것들이여. 오월의 푸름들이여.

 

저 오월의 푸름은 결코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미치도록 푸른 오월의 언어들은 거저 형성된 것이 아니다.

오늘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민주는 거저 생겨난 것이 아니다.

 

광주에서 대구로 전학 온 고등학교 급우의

아무 말 없이 뚝뚝 흘리던 눈물에서. 그 상기된 얼굴에서.

TV 뉴스만 보면 부들부들 떨던 손에서.

마침내 허공을 흩날리던, 알 수 없는 언어에서.

 

대학문을 박차고 나서던 벗의 굳게 닫은 입에서.

불끈 쥐고 있던 주먹에서.

지금껏 찾을 수 없는 그의 행불에서.

 

캠퍼스를 자욱 채운 최루탄으로 흘리던 피눈물에서.

시위 현장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백골단들 바라보던

시민들의 일그러진 이마에서.

뻔뻔스러운 얼굴들이 채우던 9시 땡뉴스를 보자마자

채널을 확 돌리던 구멍가게 김씨 아저씨 손목에서.

 

시위 현장에 분신하는 열사들에서. 공장에서, 농토에서,

교실에서, 거리에서, 나보다 너를, 개인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해, 이 땅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총칼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던 삶들에서. 먹는 것보다,

입는 것보다, 명줄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도청을 지켜내던 시민군에서.

 

, 이 땅에서 산화되어 기어이 밑거름이 된 수많은

삶들에서. 다 기억할 수 없는 죽음들에서.

 

518이여.

,  518이여.

 

눈이 부시도록 푸른 저 잎들 뒤편에서 서성이는

오월의 뼈들이여.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져버릴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오월의 원형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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