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담3탄 - 낙장불입
사법농담3탄 - 낙장불입
  • 아리랑
  • 승인 2019.06.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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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담. - 낙장불입(落張不入)

                                 아리랑~

 
날이 더워지고 해가 길어지니
우리 야그의 주인공 양판
감방살이가 슬슬 지겨워지는구나
우리 야그의 주인공 양판이 누구냐
양처럼 순하다거나 어질어 양판은 아니고
누구는 양다리 걸쳐서 양판이라고 하고
누구는 양두구육이라서 양판이라는데
양아치라 양판이라는 설도 있더라
어쨌든 지금은 철창신세 재판 받고 있는 몸
엊그제 재판은 시작되었고
8월이면 1심 만기라 어찌 버텨 보아서
잘 하면 쥐박이처럼 보석으로 나가고
안 돼도 1심 만기로 나가야 할 텐데
하루가 천년 같은 이 시간을 어찌 보낼까
이럴 때 생각나는 게 있으니 고스톱이라
사람들은 고스톱을 서민들만 치는 걸로 아는데
사실 서민들이 고스톱을 많이 치기는 하지
양판이 단독 판관을 하던 병아리 시절
고스톱 치다가 잡혀온 사람들한테 징역도 많이 살렸다
점 1원이나 10원 치면 됐지
이것들이 겁 없이 점 100 원씩이나 치니
양판이 사정없이 징역 6개월, 8개월, 10개월도 때렸지
솔직히 양판도 그때 점 천 원짜리를 쳤는데
그러다 보니 약간 찔리기는 했었다
하지만 우리 야그의 주인공 양판이 누구냐
니들 같은 개 돼지와 나는 태생부터 다르다
니들이 나처럼 죽어라 노력해 봤느냐
이런 철학을 굳게 갖고 살아가는 양판
조금 찔려도 폭탄주 한 잔에 싹 사라지고
밤이면 밤마다 점 천 원짜리 고스톱을 쳤는데
누구랑 쳤느냐 변호사들하고 쳤것다
치기만 하면 쓰리고에 피박에 흔들어서 왕창 따곤 했는데
자기 실력인 줄 알고 고스톱에 미쳐 버린 양판
알고 보니 변호사놈들이 져주는 거였더라
나중에 알고는 좀 허탈하기는 했지만
뭐 어떠냐 돈만 벌면 되는 거지
돈 벌고 재판할 때 조금만 봐주면 되는 거더라
벌써 30년도 더 된 일 그때 돈 천 원이면 얼마냐
점 천 원이니 고스톱 판 하룻밤에 집 한 채를 벌곤 했는데
그러다가 양판의 고스톱 실력도 늘어 져줄 줄도 알게 됐지
판관 고위직에 오른 뒤 상대해야 하는 기레기들
이들 만나서 일부러 져주고 기사 좀 좋게 써달라고 했었지
팔공산처럼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는 철창 신세로 고스톱 생각이 간절하구나
종이를 찢어서 화투짝 48장을 만들어 놓고
시계 방향 반대 순으로 판관 검찰관 앉았다고 한 뒤
독방에서 혼자 고 고 스톱 스톱 하고 있는데
문득 요즘 바깥 소식이 생각난다
자기가 판관 우두머리 할 때 판결 받은 놈들이
특별법이란 걸 만들어서 무죄로 만들라고 요구한다는데
이런 한심한 놈들이 있나 낙장불입도 모르나
고스톱 한 번 쳐보지 않은 놈들인가 보다
이놈들이 자기네 판결을 두고 사법농단이니 농담이니 한다던데
아무리 그래 봐라 낙장불입인 거라
낙장불입이라 거 참 좋은 제도다
예전에 고스톱 칠 때는 왜 그런 생각을 안 했던가
며칠 전 했던 첫 재판이 생각난다
얼마나 기다렸던 날이던가
오늘 판관들 검찰관들 혼쭐을 내서
양판이 살아있음을 세상에 알리리라
재판정에 들어서니 공범으로 온 박판 고판이 있네
이놈들아 왜 나만 구속되고 니들은 불구속이냐
이렇게 생각했다가 다시 생각을 고쳐
그래 니들이라도 밖에 있어야지 하고 스스로 달래는데
그래도 옛날 기강이 잡혀 있는지
재판정 전체에서 이 두 놈만 일어나는구나
앉아 있는 방청객놈들 보니 열이 나서
정리는 뭐하나 라고 소리치려다가
아차 지금은 내가 판관이 아니구나
모두 진술에서 새파란 애송이 판관한테 훈계 좀 했것다
니들도 판관인데 판관은 하나다
가재는 게편 초록은 동색
판관끼리 똘똘 뭉쳐야만 산다
이전 판결을 무효로 하라는 놈들 주장은
낙장불입이란 진리도 모르는 놈들이다
니들이 이 재판에서 나를 유죄로 하면
판관 전체가 당하는 것이다
명심하라 이 햇병아리들아
이렇게 말하려고 하다가 그냥 수위를 낮추어서
검찰이 낸 공소장은 소설에 불과하다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상담을 받고 쓴 것이다
검찰은 나를 잡아넣으려고 표적 수사를 했다
정말 고통스런 수사를 받았다
이때 잠깐 물고문 전기고문 받은 자들
양판이 그토록 증오했고
그들 역시 양판을 증오했던 자들이 스쳐갔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머릿속에서 재빨리 지워버리고
나는 아무 잘못 없고 그저 판관들 위해 일한 거다
이 정도 선에서만 멈추었었지


거기서 생각을 멈추고 패 돌리면서 한 판 놀고 있는데
갑자기 문 따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서 고스톱 판을 뒤집어엎고
아무 짓도 안한 듯이 앉아 있는데
재판받으러 가야한단다
오늘 재판은 박판 때문에 연기되었는데
이상하다 하면서도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나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서 게기자 하고
일어나서 걸어 나갔것다
오늘은 박판, 고판은 안 나오고
웬일인지 구속 중인 임판이 증인으로 나왔는데
임판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고 하네
이놈이 똑똑하긴 똑똑하다
내 왜 그 생각을 못했던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자
그러면서 재판장에게 기피 신청을 하니
재판장이 받아들인다면서 휴정을 하고는
새로운 재판장이 들어오는구나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즉시 재판장을 갈다니
이게 법치주의국가냐 하면서 소리치려다가
체면이 있어서 그냥 두고 보았는데
사실 법치주의 운운이 좀 거시기 하기는 하지
근데 이게 무슨 일이더냐

 

새로 들어온 재판장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시커먼 얼굴에 이마에 뭔가 새겨 있고
그래 맞다 바로 그 자다 포청천이다
웬 포청천이 우리나라 판관으로 왔다더냐
판관 포청천이 텔레비전에서 보았듯이 심각한 표정과 어조로
지금부터 선고까지 쉬지 않고 계속 진행하겠단다
무슨 포청천이 한국말로 하나 어안이 벙벙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닌 듯하여
말도 안 되는 소리오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이번에는 체면이고 뭐고 없이 소리를 쳤더라
그래도 듣지 않고 심리 속행하는 포청천에게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외쳤지
재판부 기피신청 취소요 취소
포청천이 이번에는 빙그레 웃더니
너는 고스톱도 안 쳐 봤느냐
낙장불입을 정녕 모르더냐
너 좋을 때만 낙장불입이 맞고
너 나쁠 때는 낙장불입이 틀렸느냐
고얀 놈이로다 그러고도 네가 판관이라 할 수 있더냐
재판부 기피신청은 이미 받아들여졌고
이 재판은 내가 판관이니 내가 주재한다
이의 있으면 재판 끝난 뒤 항소하여라
포청천의 말에 찔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런 낙장불입도 있나
멍 때리면서 재판을 받는데
순식간에 증인 심리 다 마치고
구형도 마치고 징역 20년을 선고하는구나

 

 

20년이면 내가 도대체 몇 살이더냐
그때까지 살아 있기는 할까
그러나 선고보다 더 양판의 귀에 윙윙거리는 소리
낙장불입 낙장불입 낙장불입
으앙 이렇게 나쁜 제도를 좋다고 하다니
체면이고 뭐고 없이 엉엉 울고 있는데
어김없이 울리는 나팔 소리
종이 찢어 만든 화투짝은 가을날 낙엽처럼 흩어져 있고
눈물은 강처럼 흘러 이불을 적시었네
분주하게 복도에서 움직이는 청소부들의 소리
양판이 한숨을 푹 쉬며
다시는 낙장불입을 고집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이러면서 이불을 주섬주섬 개었다지
아주 먼 옛날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란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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