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완의 좌우간에] 조국 사태, '구역질' 발언을 놓치면 안된다
[김제완의 좌우간에] 조국 사태, '구역질' 발언을 놓치면 안된다
  • 김제완(‘좌우간에이념연구소’ 대표)
  • 승인 2019.12.0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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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로 본 한국사회 이념갈등 ②] 좌우를 나누는 다양한 기준

한국사회의 이념갈등 원인은 무엇인가.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특징이 있는가. 서양의 좌우 갈등양상이 한국사회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분단으로 인한 이념교육 부재, 주자학의 영향 등 한국 사회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좌우를 나누는 기준 중 으뜸은 인간관의 차이

좌우를 나누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다. 자유와 평등, 유물론과 유심론,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성선설과 성악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존재론과 관계론 등등. 그 중 으뜸은 성선설과 성악설 즉, 인간관이다.

베를린 장벽에 이어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진 직후인 19911월이었다. 운동권에 '사상의 은사'라 불리던 리영희는 한동안 침묵 끝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사회주의 실패의 원인을 잘못된 인간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선한 존재라는 규정 위에 이론과 체계를 세웠는데, 잘못된 기초 위에 섰기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리영희는 인간 속성 중에 3분의 1만큼 사악함과 이기주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그를 따르던 제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뒤 리영희는 자신이 사회민주주의자라는 발언을 남겼다.

 

▲ 2019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앞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가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 2019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앞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가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보수의 인간관은 성악설이다. 동양의 순자, 서양의 토마스 홉스가 철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보수우파는 인간의 사악함과 이기주의를 50% 이상 인정한다. 60-70%면 중도우파, 90%를 넘으면 극우다. 뉴라이트 학자 이영훈의 책 <반일 종족주의>를 열면 첫 페이지에 '거짓말의 나라'라는 제목의 프롤로그가 실려있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 하는 민족이라며, 그 근거로 허위 사실에 기초한 고소 즉 무고 건수가 일본의 500, 보험사기는 미국의 100배라는 2014년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 조국 교수의 페이스북. ⓒ 조국
▲ 조국 교수의 페이스북. ⓒ 조국

 

조국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임한 직후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구역질 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때가 85일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인 9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다. 대한민국 보수가 총궐기 해서 그에게 몰매를 가한 이유가 여러가지 있지만 이 발언을 놓치면 안된다.

보수로서는 조국의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반격을 가하기 위해 조국 딸의 입시부정과 동생의 사학비리 등 가족의 의혹을 제기해 그 역시 이기적인 인간임을 입증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언론들은 조국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끝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해명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조국처럼 깨끗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도 "조국 같은 반칙왕을 어디서 봤다는 건가"라고 반문한다.

조국은 좌파의 특성 중 하나인 고지식함이 잘 드러나는 인물이다. 가족이 당하는 극심한 수난을 지켜보면서도 장관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텼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내려가자 비로소 사퇴했다.

 

홍세화의 관용, 표창원의 정의

좌우 이념을 연구하다 보면 여러 개념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마리를 하나씩 잡아내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프랑스 망명객 출신 홍세화는 90년대 한국 사회에 톨레랑스(관용)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는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말해 관용이 사회주의의 가치인 듯이 받아들이게 했다. 영국에서 유학했던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그의 책 <보수의 품격>에서 정의가 보수의 가치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프랑스 사회당의 강령에 관용이 올라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 보수당이 정의를 외치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좌파와 우파는 오랫동안 중도화 과정을 거쳐 왔다. 중도화란 상대의 장점을 일부분 가져다 쓰는 방식이다. 그래서 중도좌파, 중도우파라 불린다.

영국 보수주의자들은 오래 전부터 좌파에게서 정의를 차용해 자기 것인양 사용해왔으며 프랑스 사회당은 당의 강령 중 하나로 우파의 미덕인 관용을 걸어두고 있다. 1960년 발행된 다니엘 벨의 <이데올로기의 종언>은 극좌와 극우가 지배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다. 동시에 중도좌와 중도우가 경쟁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두가지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는 프랑스 사회당이나 영국 보수당이 일관되지 않고 분열적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진화된 결과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라는 상반된 것으로 만들어져 있고 동시에 두 가지의 다른 명령을 따라야 한다. 이런 이중성은 인간의 생래적인 속성으로 천부의 조건이다. 이념의 혼돈에서 벗어나려면 인간 조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념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양동안의 친북, 임혁백의 친노동자

전직 교수 양동안과 임혁백은 <시대 정신> 2010년 여름호에서 '한국의 보수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지상 토론을 펼쳤다. 토론 중에 좌파, 좌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양동안은 친북, 임혁백은 친노동자라고 말했다.

좌파가 친북이라는 양동안의 논거에서 출발하면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망해가는 나라 북한 왕조체제를 떠받드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임혁백은 다수의 소외된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므로 보다 인간적이다. 그러니 좌파에 정당성이 돌아간다.

이처럼 각기 다른 논거에서 출발하니 좌파가 그르다 또는 옳다는 상반된 결론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펼쳐나가므로 끝없는 이념 분쟁은 피할 수 없다. 이같은 혼돈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155마일 휴전선에서 GOP 근무하는 병사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돌아오면 저마다 자기가 본 철책선 풍경을 이야기한다. 어떤 예비역 병사는 철책선 주변에 나무가 많고 안개가 많이 낀다고 말한다. 다른 병사는 바위가 많고 관목수풀이 있다고 말한다. 초소마다 보이는 산과 언덕 등 지형 지세가 다르고 경관이 다르다.

두 해 동안 GOP 근무를 한 병사에게는 자기가 근무하며 본 지점이 휴전선의 전부일 것이다. 이들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를 꽃 피우며 서로 자기가 본 것이 맞다고 주장하며 다툰다.

좌우이념이 충돌하는 접점도 100여 개를 능히 꼽을 수 있다. 좌우 분쟁 현장을 지켜보면 양쪽은 양동안-임혁백처럼 각기 자신이 본 것을 즉,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들이댄다. 서로 겨누는 창끝의 방향이 엇갈린다. 양쪽의 의견이 틀리지 않은데도 타협없는 싸움으로 비화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 아닐까.

 

김제완

좌우간에이념연구소대표. '부동산보유세강화시민행동' 집행위원. 80년대 도서출판 오월 발행인을 거쳐 90년대 프랑스동포신문 오니바를 펴냈습니다. 2000년대 재외동포신문 편집국장과 세계로신문 대표, 재외국민참정권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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