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안중에는 정치 검찰뿐, 검찰의 월권과 횡포에 시달리는 민생이 없다.
윤석열의 안중에는 정치 검찰뿐, 검찰의 월권과 횡포에 시달리는 민생이 없다.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2.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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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제공, 윤석열 검찰 총장]
[뉴시스 제공, 윤석열 검찰 총장]

 

”검찰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발언 자체가 검찰 정치화의 현실을 반증한다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 검찰총장 윤석열이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며 “철저한 선거 대비체제를 갖추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가장 공정한 선거로 만들어달라”고 말했단다.

2월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회의’에서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단다. “향후 선거 사건의 수사, 착수, 진행, 처리 과정 전반에서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일체의 언행이나 처신에 유의해달라”, 또 “일선 검사들이 법과 질서에 따라 소신껏 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총장으로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전폭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윤석열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검찰이 현실적으로 갖는 변태적 월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아니고 행정부 소속의 한 하위기관인 검찰이 ’선거의 공정성‘을 빌미로 해서 선거 전반을 감시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최근 조국사태를 통해 ’검찰의 정치화‘, ’선택적‘ 수사에 의한 검찰 자체의 불공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라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그 검찰이 다시 ’선거의 공정성‘을 빌미로 선거 자체를 통제할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 대통령까지 사정의 대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사정은 그저 가능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선거개입 의혹을 두고 청와대 인사들을 기소한 데서 현실화하고 있으며, 법무부 장관은 물론 청와대를 넘어 그 윗선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라고 소문이 항간에 나돌고 있다. 그 윗선은 아마도 대통령인 게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의 ’선거의 공정성‘을 빌미로 한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경계의 발언은 다음의 4.15선거뿐 아니라 현재 그가 주동이 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정당화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현재 자신의 선택적, 집중적 수사 행위를 ’공정선거‘를 지향하는 정의의 대변자로 미화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검찰총장의 발언 자체가 한국 정부 권력의 구조적 적폐를 노정한다.

그런데 윤석열의 ’검찰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이 발언은 그 자체로 몇 가지 크나큰 구조적 적폐를 노정하고 있다. 첫째, 위정자들의 비리가 정계에 입문하는 선거 당시부터 만연해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여야의 구분 자체가 애당초부터 불가능한 것이, 권력의 향방을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대세에 휩쓸려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선거 비리는 한국 정치계 전반의 부패를 노정하는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다. 권력의 부패는 만연해서 더 근원적으로 공권력에 대한 감시와 처벌의 장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검찰도 결코 예외가 아닌 한국 공권력의 부패를 두고 그 검찰이 칼자루 들고 나서서 선거 하나 감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도 구린내가 진동하는 부패의 온상으로 알려진 판에, 그 검찰이 또 다른 구린내를 감시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좀 웃기지 않나. OECD국가 사법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이 꼴찌를 먹었다.

둘째는 짐짓 ’정치검찰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윤석열의 선언은 정치화된 검찰의 현주소를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는 윤석열의 말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가 안 지키는가 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라는 점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만일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라면, 감히 검찰총장이라는 자가 "중립을 지켜야만 한다."는 말을 전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 선택의 여지를 가진 검찰은 얼마든지 ‘정치적 검찰’이 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견제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윤석열은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선거사건의 수사, 착수, 진행, 처리 과정 전반에서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일체의 언행이나 처신에 유의해달라”고 했다고 하나, 이는 원론 차원의 형식적 부탁일 뿐이다. 원론이 그대로 구체화되는 것이 아니며, 검찰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 장치가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적폐로 누적되어 갈 뿐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정선거를 좌지우지한다?

더 기막힌 것은 윤석열이 검사들에게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가장 공정한 선거로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했단다. 윤석열은 “공정선거를 만드는가 안 만드는가”하는 것이 검찰의 손에 달렸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선거가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면, 지금까지 검찰이 공정을 기하지 않아서 부정선거가 판을 쳤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다.

게다가 윤석열은 “일선 검사들이 법과 질서에 따라 소신껏 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총장으로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전폭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단다. 이 말은 검찰총장이 좌지우지하는 검찰청의 구조적 생리가 갖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노정한다. 만일 윤석열이 아닌 억하심정을 가진 검찰총장이 올라와서, 물심양면으로 전폭지원을 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일선 검사들이 법과 질서에 따라 소신껏 수사할 수 없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을 노정한다. 한 검찰총장의 의도에 따라서 검찰조직이 왔다갔다 할 수가 있을 만큼 검찰조직은 중앙집권화, 경직화되어 있다. 대단한 정치 검찰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민주적 기구가 아니라 검찰총장을 ‘보스’로 둔 작은 군주국이다.

 

검찰 개혁도 민중이 유신독재 때 빼앗긴 국민발안권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

검찰은 분명히 법무부 소속의 행정관료이다. 일개 행정부서인 검찰청이 어쩌다가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최고 감시 사령탑으로 거듭나게 된 것일까? 검찰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 민초들이 벙어리 냉가슴 앓고 살아가는 판에, 엉뚱하게도 검찰은 권력을 감시하는 정의의 사도로 둔갑을 하여 화려하게 조명을 받으려 하고 있다. 그 검찰권력의 남용에 대한 감시와 처벌의 제도는 왜 일상화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정치계의 부패와 천정부지로 권력을 오남용하는 검찰조직을 견제하는 또 다른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든 권력의 근원인 주권자 민중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국회 등 위정자들이 전횡하고 있는 입법 발안권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겠다. 박정희 유신독재가 빼앗아갔으나 지금도 여전히 돌려줄 마음이 없는 국회로부터 '국민개헌발안권'을 민중(국민)이 되돌려받는 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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