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노무현 정부 말기 개정형사소송법과 검사의 불기소처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노무현 정부 말기 개정형사소송법과 검사의 불기소처분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4.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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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말기 개정형사소송법과 검사의 불기소처분
[사진=mbc 뉴스 화면 캡쳐]
[사진=mbc 뉴스 화면 캡쳐]

채널A 기자와 검찰 간 유착 의혹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서 민초의 애환은 깃들 자리가 없다

지난 3월 31일 MBC는 채널A 종편 방송 기자와 검찰 간의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신라젠 이 전 대표가 투자자를 속여 수천억 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현재 남부구치소에 수감 돼 있는데, 채널A 이모 기자가 그에게 접근하여 검찰이 신라젠 수사를 재시작했다는 편지를 보냈단다. 또 검찰이 모든 의혹을 이 전 대표에게 넘기고 있으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현 여권 인사들의 관련성을 알고 싶다고 말했단다. 그 과정에서 채널A 기자가 검찰의 권위를 팔면서 구속되어 있는 이 전 대표에게 증언을 해주도록 강요 협박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두고 여야는 각기 그 정치적 파장을 해석해내는 데 여념이 없다. 한 편에서는 신라젠 대주주의 비리와 현 정부 혹은 친 여당 인사들을 엮어서 선거 대목에 여당 흠집 내는 데 기사거리로 쓰려 했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과 언론의 유착, 검·언을 싸잡아 비난하는 발언을 두고, 검찰이 청와대 등 범여권 수사 재개를 앞둔 검찰에 대해 여당 측이 사전 경고를 하는 한편, 검찰의 부도덕성을 부각해서 수사의 파장을 희석하려 할 수도 있고, 또 총선 이후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도 해석한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무리한 검찰 공격의 배경에는 일단 친문 세력을 규합해 총선에서 당선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어 보인다”고 하고,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단 검찰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본인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검찰을 비판하면서 정치적 역공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단다. 또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김종인은 여권이 공영방송을 동원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선거일이 임박하니 전형적인 공작이 난무한다"며 "고약한 사람들이 공영방송을 이용해 윤석열 검찰을 흔드는데 여념이 없다"고 밝혔단다.

또 있다.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도 채널A 기자 사건은 “검찰 전체와 윤석열 총장을 향해 정치적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중권의 눈에는 검찰조직이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보일 뿐, 그들이 가짜 증거를 조작해내서 무고한 민초를 감옥에 넣어 썩히는 만행이 보이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검·언 유착을 넘어서 이번 총선 구도를 숫제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자고 하는 쪽의 한판승부"로 규정했다.

이들에게 조국과 윤석열은 그저 개인으로만 비칠 뿐이다.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던 조국과 달리, 윤석열은 반대로 증거를 조작하여 죄인을 만들어내는 범죄의 검찰조직을 비호하고 있다는 차이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다. 검·언 유착뿐 아니라 나라의 정치가 온통 정책의 대결이 아니라 조국과 윤석열 간 개인의 패권 다툼으로만 조명될 뿐이다. 여기에는 정책의 차이는 고사하고 권력의 횡포에 시달리는 민생에 대한 배려 자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렇듯 검·언 유착 혐의가 오직 권력을 둘러싼 음모로만 보일 뿐, 민초들의 존재는 사라져버렸다. 검찰조직 횡포의 기저에 도사리고 있는 비민주적 권력구조의 문제는 가려지고, 대신 문재인 혹은 조국 대(對) 윤석열의 개인적 권력 게임으로 축소되고 형식화되었다. 조국과 윤석열의 공방에서는 정책 대신 인물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검·언 유착 혐의를 둘러싼 공방에서는 양편이 다소간에 다 같이 권력 담론으로 흐르고, 한국 검찰과 언론이 갖는 구조적 폐해는 백안시되고 있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위정자들에게는 한국의 검찰이나 언론 등 온갖 제도가 오직 권력의 고지를 뺏기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하는 듯하다. 여기에 한국의 진정한 주권자는 민초가 아니라 위정자일 뿐이며, 헌법 제1조에서 말하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란 형식적 수사(修辭)에 불과한 것이 분명하다.

사실 권력이나 금력과 기자 간 유착은 물론이고, 해묵은 검찰과 법원 등 사법권력 만행의 이야기는 들어도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원래 그러려니 하고 민초들은 숫제 포기 상태에 들어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도 이렇듯 검찰조직의 횡포에 시달리는 판에, 돈 없고 권력 없는 민초들이 당하는 사법 피해의 고통은 어떨까 하는 배려가 ‘권력 놀음’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민초나 위정자를 가릴 것 없이 사법 권력의 비리는 누가 집권을 하는가, 혹은 어느 개인의 도덕성 여부와 무관하게, 근원적으로 검찰이나 법원이 갖는 권력 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통과된 개정형사소송법이 노무현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의 횡포를 더욱 조장하는 법이 노무현 정부 하에서 통과된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영장청구권 독점에다 기소독점권, 기소편의주의(기소 여부를 검찰이 고무줄 잣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등 막강한 검찰조직의 권력에 대해 마지막 견제 장치의 빗장을 푼 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다. 노무현 임기 마지막 해, 2007년 개정형사소송법 262조(제3항, 제4항)에 신설된 조항에 의해 검찰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서의 견제장치가 완전히 제거되었다. 그것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내는 재정신청의 심리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것, 동시에 재정신청 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헌법소원을 이후에는 못하도록 금지한 것이다.

노무현이 권좌에 있을 때 통과된 법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데 기여했고, 결국 그는 검찰의 손에 의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이런 조항이 통과되는 줄도 몰랐거나, 그 파생적 효과로서 오늘날의 정치검찰 공화국 같은 사태가 도래할 것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 확실하다. 스스로 선량했던 탓에,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칼날같이 잘못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그는 간과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은 선량한 변호사 아저씨였을 뿐, 권력의 배반적 속성을 간파한 영악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개정형사소송법에서 재정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하고 헌법소원의 길을 막았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통과된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재정신청 절차에 관련하여 전에 없던 독소조항이 신설되었다. “재정신청사건의 심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하지 않도록”(제262조 제3항) 한 것이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데, 어떤 근거에서 재정신청 사건의 심리를 한 것인지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한 이 조항은 이 법의 효력이 발생한 2008년 이후 검사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을 더욱 부추기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했다.

그뿐 아니다. 같은 개정법에서 “재정신청의 관할법원을 고등법원으로 조정하고, 재정신청인의 재정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제262조 제4항)하도록 했다. 그 전에는 재정 결정에 불복하여 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원을 할 수가 있었으나, 개정형사소송법에 의해 그 길을 막아버렸다.

2007넌 개정형사소송법에서 그 심리 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깜깜이’ 재정 절차는 마침내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하는 헛껍데기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또 재정 결정에 불복하지도 못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사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을 더욱 조장했고, 마침내 오늘날 사법적폐를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놀랍게도 이런 법의 개악이 그 개정이유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고, 실로 악마는 ‘디테일(섬세한 곳)’에 있다.

사실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장치의 제거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반(反)민주적 사법권력 횡포는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질 때 헌법재판소에 대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데서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재판소원 금지 규정을 삽입한 것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었다

1987년 당시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은 헌법재판소법에서 재판소원을 제외하자는 입장이었고, 야 3당은 재판소원을 제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는 양 법률안을 심의하기 위해 법률심사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소위원회는 7월 22일 밤 여당과 야당의 법안을 모두 폐기하고 자체의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때 재판소원을 배제하는 예외 규정이 삽입되었다. 얼마나 급하게 끼어들었는지 국회 속기록과 관련 기록 어디에도 이날 밤의 진행 경과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한다.

이날 밤 사생아로 은밀히 태어난 이 법안은 세상 사람들이 미처 깨닫기도 전인 바로 다음 날, 7월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태생 자체가 정파 간의 은밀하고 달콤한 불륜과 로비의 소산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민중들로서는 백주 대낮(따지고 보면 한밤중)에 자신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강력한 무기 하나를 ‘네다바이’ 당한 셈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그 후 수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법의 재판소원 금지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위헌소원이 제기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런 금지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곤 했다. 그 이유는 “법치국가에서도 완벽한 권리구제제도란 있을 수 없고, 최종심급에 의한 권리침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침해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안전장치는 법치국가적으로 불가피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96헌마172)라는 취지였다.

그러니 한국의 민초는 “최종심급(대법원)에 의한 권리침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곳”, 또 그 “침해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안전장치가 법치국가적으로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가능한 것도 아닌”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라! 이렇듯 정의의 구현을 궁극적으로 포기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민초들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조직이 견제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노무현과 논두렁 시계는 자꾸만 발생한다

재정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2007년은 재판소원을 금지한 1987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때이다. 세월이 흐르고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이 더욱 열악해졌다. 세월이 간다고, ‘진보’ 정권 들어섰다고 그냥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진보’ 정권하에서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검사 권력의 횡포를 더 조장하는 법의 개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금지와 함께 고등법원의 재정 결정에 대한 불복 금지 및 헌법소원 금지로 인해 사법 권력은 통째로 파리와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비리 배태의 온상이 되었다. 노무현은 결국 그 검찰의 손에 의해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노무현이 끝이 아니라는 것. 검찰조직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노무현, 제2, 제3의 논두렁 시계는 자꾸만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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