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개헌발안권'을 경제논리 뒤로 미루는 거대 여당을 경계한다
'국민개헌발안권'을 경제논리 뒤로 미루는 거대 여당을 경계한다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5.06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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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개헌을 논의한 적이 없다

“여당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개헌을 논의한 적은 없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 임기를 끝내는 소회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개헌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은 개헌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사실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촛불 정국 이후 시민사회에서 줄곧 개헌을 떠들어왔으나, 국회는 별천지같이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에 관심이 없었다. 4.15 선거 직전, 3월 6일에 몇 명 국회의원이 모여서 개헌을 발의했을 뿐이다.

 

임기만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임기만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편으로 ‘국민발안제’ 개헌에 대해서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당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개헌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실 이 말은 여당에서도 개헌을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개헌이 안 되는 것을 야당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그렇지 않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말로 개헌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 거대 여당 내부에서 진지하고 열심히 개헌을 논의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헌에 소극적인 점에서는 이 원내대표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국민발안제’ 개헌보다 ‘코로나로 시작되는 경제위기 극복’이 더 우선적이라고 말한다. 또 이미 발의된 개헌안에 관련하여 “내용적 관철이라기보다 절차적 종료과정에 임해야 한다”고 한다.(한겨레 2020.5.4. 6면) ‘절차적 종료’, 즉 형식‘만’ 갖추겠다는 뜻이다. 앞뒤 문맥을 보면 형식‘이라도’인 것도 아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개헌도 뒤로 밀어버리는 코로나 관련 발언은 코로나가 창궐한 시점이 아니라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어 5월초부터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를 빌미로 하여 ‘국민발안제’ 개헌을 뒤로 미루고 싶다는 말이다. 언제까지 미루어질지도 미지수인 것이 여당 내부에서 아예 공식적으로 개헌 논의조차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마 180석 거대 여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개헌은 안 될 것 같다. 이미 발의된 개헌안에 대해서도 “내용적 관철”에는 관심이 없고, 형식적으로 “절차적 종료과정에 임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금 국회는 박정희 독재정권 때 빼앗아간 ‘국민발안제’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도무지 탐탁해하지 않고, 여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 그 점에서 현 국회도 독재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여당은 열심도 내지 않으면서 개헌이 안 되는 것이 마치 야당 탓인 것으로 책임을 미루고 싶어 한다. 

180석 거대 여당이 대권 놀음에 골몰하고 있다

요즈음 들어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60%를 훌쩍 상회한다고 한다. 날이면 날마다 문대통령 인기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 참에 잠깐, 실로 잠깐이었으나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가 들어갔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다시 만들려고 하느냐 하는 반론이 바로 떴기 때문에 얼른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들어간 것 같지만,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

현 문 대통령뿐 아니다.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한지 하는 주제도 문 대통령 인기도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며, 구체적 실명으로 거론된다. 3/5에 달하는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되고 나니, 2년 뒤에 있을 대선이 다시 눈에 밟히는 것이다. 말을 타면 종자를 데리고 싶어 한다. 말을 타고서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다, 권력 자체를 더 키우는 데 신경을 쓰는 듯하다.

누가 대통령에 적합하다든가 하는 대권 놀음만이 아니다. 당선된 국회의원의 개인 인기몰이로 O사모(사랑하는 모임) 모임도 만들어졌는데, 거기에는 말 그대로 사적인 선행이나 인물의 특징이 중심이 될 뿐, 하나하나가 명색이 헌법기관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다운 정책이 실종되고 있다.

대통령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도 없고, 다 망칠 수도 없다. 이명박그네 정부에서 비리가 많았다면 그것은 그들 개인의 자질은 별도로 하고 구조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과대한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대통령은 물론 법원, 검찰, 국회에 주어져있기 때문에 권력의 농단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 권력을 농단하는 이들은 자신은 바르지 못한, 아니면 악한 행위를 한다는 의식조차 갖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제도와 권력이 그런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옆에 주어진 것을 가용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기도가 높은 대통령도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 인기가 높아진다고 해서 검찰이나 법원의 독재 권력이 갖는 구조적 적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대통령 인기도와 적폐청산은 일면 반비례 관계에 놓여 있어서, 대통령 인기도가 높다고 떠들수록 적폐청산은 더욱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관심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인기도는 봉건적인 인물 숭배이나, 적폐청산은 개인이 아니라 철저하게 제도적, 법률적 개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기도와 대권 놀음 뒤에는 해묵은 제도적 적폐와 그 적폐에 시달리는 민초의 고통이 묻혀버리게 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주권자 국민을 객(客)으로 알 뿐, 주권을 돌려주려 하지 않는다

이인영 원내대표 사임에 즈음하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원내대표 직에 도전한 3인의 인터뷰가 한겨레 신문에 실렸다.(2020.5.5. 6면) 묘하게도 이 3인의 정견이 위에서 소개한 이인영의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국민개헌발안’보다 경제난국과 코로나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서 그러하다. 이런 것을 보면, ‘국민개헌발안’을 뒷전으로 내모는 것이 막 태어난 180석 거대 여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거대 여당이 70%를 웃도는 시민의 개헌 염원을 가로막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앞날에 대한 염려가 더 커지게 된다. 사실 개헌에 대한 염원은 70%를 넘기 때문에 60%를 웃도는 문대통령 지지도보다 더 높은 것이다.

원내대표에 도전한 3인 의원을 소개하자면, 김태년은 “지금은 개헌보다 경제가 시급”이라고 하고, 전해철은 “코로나 이겨낼 당·정·청 협력 적임자”, 또 정성호는 “합리적 대화로 당 안팎 묶어낼 것”이라고 했단다.

이것이다. 이들은 개헌과 경제를 같이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아예 없다. 국회가 뭐 한 가지만 해야 하나? 그런 것은 아니고 개헌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그런 빌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에만 없는 것이 아니라 기약도 없다. 이쯤 되면 21대 국회는 여당의 거대 의석과 무관하게 개헌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개헌보다 우선 순위로 매긴 경제문제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해철이 말하는 “당·정·청 협력”이란 당, 정부, 청와대를 뜻하는 것으로 거기에 주권자 시민의 존재는 가려진 채 찬밥신세이다. 정성호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말하는 “합리적 대화”는 “당 안팎”이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여당·야당·정부 협의체”에 불과할 뿐, 주권자 시민이 빠졌다.

한 마디로, 이들 당선 국회의원의 사고는 주권자 시민이 안중에 없는 70년대 개발독재의 논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전히 위정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의 사전에는 중앙 권력 집중의 국회, 법원, 검찰, 대통령 중심 행정부밖에는 없다.

각종 개혁의 지체는 미래통합당 때문이라고만 할 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여당 국회의원들의 타성적, 관성적 사고방식은 미래통합당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21대 국회가 출범도 하기 전에 180석 거대 여당에 거는 시민의 기대가 무색해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앞서게 된다.

작년 말 공수처설치법이 긴급안건(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었으나 올 7월이 되어도 공수처 출범이 될지 불투명하단다.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국회운영위원회에 계류된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등 후속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미래통합당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국회의 몽니는 그것만이 아니다. ‘국민개헌발안제’ 개헌안이 지난 3월 6일 발의되었고, 공고 뒤 6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되어 있으나, 폐기될 전망에 있다. 그 이유가 “미래통합당이 본회의소집 자체에는 동의하나 회의와 표결에 불참할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회의가 소집되더라도 개헌안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라 ‘투표불성립’ 될 전망이란다.

이런 말만 들으면, 미래통합당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공수처 설치 지연이나 ‘국민개헌발안제’ 개헌안 폐기 전망은 입법권력이 집중된 국회 자체가 해결할 수 없거나, 하기 싫어하는 것이 있음을 뜻한다. 이번에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했으므로 다음 21대 국회는 현 20대 국회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또 이른바 ‘보수’로 지칭되는 세력이 승세를 타면 국회가 다수 시민의 뜻을 배반하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다.

또 여당 가운데서도 ‘샤이(숨은)’ 보수가 없지 않다. 드러난 보수보다 ‘샤이’ 보수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드러난 보수보다 사이비 진보(샤이 보수)가 판단을 교란하고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180석 거대 여당의 21대 국회도 다 믿을 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장래를 염려하여 시민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절차와 권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의 개편을 위한 개헌이 불가피하다. 국민개헌발안, 국민소환(공직자가 잘못할 때 국민이 불러 징계함), 국민투표(국회가 법안을 뭉개고 폐기하면, 일정 기간 후에 국민이 직접 투표함)는 기본적으로 갖추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경제논리를 내세워서 개헌의 필요성을 묻어버리려고 시민의 관심을 호도하고 있다. 경제난국을 헤쳐나간다는 빌미로 개헌을 뒤로 할 것이 아니라 경제난국 타개와 개헌은 함께 가야 한다.

권력구조의 개편은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기본소득 혹은 전국민 고용보험확대 논의 등과도 무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서너 푼 돈을 푸는 것으로서 인기몰이에 영합하여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묻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공적 기금의 사회적 분배가 어느 정도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것도 위정자의 독단이나 선심이 아니라 주권자 시민의 의견을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 모든 자원이 위정자가 아니라 권력의 원천인 민중에게 속하기 때문이다.

 제도와 법률의 하자를 점검하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올 7월경 탄생될 공수처는 사람의 비리를 다스리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을 하나둘 잡는다고 해서 잘못된 제도와 독소조항을 담은 법률은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서 함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을 탓하기에 앞서 비리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제도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현 대통령의 인기도나 차기 대통령에 누가 적합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개헌과 적폐청산이다. 검찰과 법원의 비리는 주지하듯이 일제 식민지배와 오랜 독재에 의한 소산으로서의 거대 집중된 권력에 기인한다. 걸핏하면 파국에 이르러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국회의 제도적 폐단은 국회 자체가 갖는 권력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줄일 수 있다. 독점적 입법권을 지역적으로 분산하고 시민들에게 분여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권력과 일거리를 줄이면서 개인으로서 과분하게 누리는 보수와 특혜도 줄여야 한다.

중앙에 집중된 검찰과 법원의 권력도 지역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지방의회나 지방 자치경찰 뿐 아니라 자치 검찰, 자치 법원 제도도 도입해야 하겠다. 민주적 연방국가 독일은 각 주에서 고유의 헌법제정권을 가지고 있고, 법원 및 검찰도 서로 독립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의 대법원장이나 검찰총장같은 제왕적 권력이 존재할 수가 없다. 비리는 제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개인에 대한 화풀이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주효한 것이 아니다. 이명박그네, 사법농단의 양승태, 선택적 집중수사의 윤석열 개인을 아무리 제거해봐야 비리의 제도적 풍토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질곡은 끝없이 계속될 전망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는 거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허점은 겉으로 봐서 다 헤아릴 수가 없고, 그 속에 몸 담고 있는 자만이 꿰뚫어 볼 수가 있다. 행정수반인 대통령,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 등 지위가 높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로 악마는 디테일(섬세한 곳)에 있다.

그래서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관성적으로 입을 닫고만 살아온 사람들에게 말문을 틔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입법부 국회에 ‘비리제도 고발부서’를 상설기구로 설정하고, 행정부 내에도 그 같은 것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행정과 입법부가 같이 협조하게 함으로써만이 서로의 독주를 견제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제도적 비리는 불필요한 국가기관의 정비는 물론 헌법과 법률 곳곳에 내재한 독소조항까지 광범위하게 널려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럼에도 이번 거대 여당 탄생의 결과는 미래통합당의 자살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다 이뻐서 찍어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섬세한 민심을 저버리고 거대 여당이 4.15선거의 결과를 문대통령의 인기몰이로 몰아가고, 시민은 갈구하고 있는 개헌을 경제논리, 코로나 빌미로 묻으려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꼼수로 비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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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수 2020-05-08 21:34:46
최자영교수님
동감합니다
마스크꼭쓰세요
하실일쌓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