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민시선] 21대 국회, 시민들은 제7공화국을 희망한다  
[직민시선] 21대 국회, 시민들은 제7공화국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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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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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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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150년간 200여회의 헌법 개정은 국민 발안권이 있었기 때문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총선은 정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라 21대 국회에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시민 개개인은 오류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시민들의 집단지성은 정답을 찾아간다는 오래된 법칙이 이번 선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민주주의는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인류가 발명해 낸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최선의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 국제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는 브루노 카우프만씨가 지난해에 국내에 방문했을 때 함께 간담회를 가진 일이 있었다. 2년마다 열리는' 직접민주주의 국제포럼' 준비 차 방한을 했던 카우프만씨는 스위스 출신답게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와 의미에 대해 강하게 역설했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것은 대의제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함께 시민들의 직접 참여 부족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스위스와 함께 대한민국이 직접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예측이었다.

스위스는 1848년에 헌법을 제정한 이래 200여 회의 크고 작은 헌법 개정을 해왔다. 물론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고 있는 우리 헌법과는 달리,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는 스위스 헌법의 특징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인구 10만 명이 제안하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헌법개정발안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스위스는 국민들이 요청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내용들은 헌법에 담으려고 노력해왔고,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해왔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국가경쟁력이 높고, 가장 부유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기본소득 도입', '기업의 최고임금제의 도입' 등을 국민투표에 붙였으나, 모두 부결되기도 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본소득과 같은 국민들의 이해관계와 직접 연관이 있는 정책들이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것 같지만, 국민들은 집단지성으로 현명한 판단을 한다는 것이 카우프만씨의 전언이었다.

"한국이 왜 직접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것 같으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성공 경험, 강한 사회역동성과 시민들의 참여의식, 훌륭한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 등을 꼽았다. 그의 예측이 맞을지 틀릴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난 근대 100년의 한국사회 역사를 돌이켜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33년차의 제6공화국 ;  2019헌법개정안 발의권만이라도 주자는 원포인트 개헌안야당 반대로 무산

지난 1987년의 제9차 헌법 개정으로 6공화국이 들어선지 33년이 되었다. 물론 그동안 '제7공화국'으로 만들자는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18년에 전면적으로 헌법을 개정하자는 전면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퇴장했다. 지난 3월에 국민들에게 ‘헌법개정안 발의권’만이라도 주자는 원포인트 개헌안이 발의되어, 국회의 동의를 앞두고 있었지만, 야당의 무시와 방기로 폐기되고 말았다.

21대 총선에서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헌법 개정과 제7공화국의 출현에 대한 목소리와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현재의 헌법이 시대정신을 담기에는 너무 낡았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으로 인해 의미 있는 논의와 토론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3월에 발의된 ‘100만명 이상의 유권자’들도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회의원들에게 맡겨두었다가는 백년하청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촛불시민혁명, 지방선거와 총선,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대응까지 우리 국민들은 뛰어난 시민들의 문제의식과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조차도 막심한 혼란과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우리 사회는 가장 잘 대응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적 통제도 없었고, 미국과 유럽의 사재기와 같은 혼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민주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하는 오해는 국민들에게 '국민발안권', '국민소환권'을 주고, '국민투표권'을 확대하면 인기영합적인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국가 위기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형적인 대의주의자, 엘리트민주주의자들의 주장으로 스위스나 북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근거가 별로 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국민투표의 활성화는 우리 사회처럼 심한 사회갈등을 통합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발안제와 소환제는 있다는 것만으로 대의제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민의를 더욱 수렴하도록 긴장시켜 민주주의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시민들이 가진 의식과 역량으로 볼 때 지금 당장 도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시민들의 힘으로 제7공화국을 만들어 갈 때다

1948년 민주공화정의 헌법을 제정한 이후로 5번의 전면 개정을 통해 6번째 공화국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제1공화국은 이승만 정부 시절이었으며, 제2공화국은 4.19부터 5.16쿠데타까지 짧은 기간이었으며, 제3공화국은 63년 12월 시작된 박정희 정부 시대다. 제4공화국은 72년 10월 유신부터 전두환 정권의 수립 전까지였으며, 제5공화국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의 집권기간 이었다. 87년 민주화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6공화국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33년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9번의 개정 과정을 거친 헌법은 권력을 연장하려는 대통령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거나, 대통령 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확보하려는 국회 차원에서 이뤄졌다. 국민들의 '개헌 발의권'은 54년 2차 헌법 개정 때에 도입되었으나, 72년 유신헌법에서 폐지된 이후 국민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본 제도였다. 48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국민들이 직접 헌법 개정을 시도해본 역사는 없었으며, 사라진 제도 때문에 좀처럼 해보기 어려운 상상이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서 개헌이 이뤄진다면, 기본정신은 촛불시민정신을 헌법에 온전하게 실현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6공화국의 헌법도 국민들의 충분한 의사수렴 없이 여야8인의 국회의원이 밀실에서 진행해 시작부터 불충분한 것이었지만, 33년을 이어오는 동안 지금의 가치와 시대정신을 담기에는 너무 낡은 그릇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사회를 특징짓는 불평등과 불균형,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의 부족은 현행 헌법정신의 부재에서 오는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최종 주권자인 국민들이 '발안권', '소환권', '투표권'을 가져야만 선출되거나 선정된 대의권력을 제어하고 견제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자치와 분권의 사회임을 헌법에서 밝히고 법률에서 구체화해야만 지방자치 30년의 역사에도 여전히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헌법을 통해 불로소득의 원천적인 차단을 하지 않는다면 부동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방법이 마땅히 없다. 현재의 헌법을 그대로 둔 채, 다소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한다면 기득권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고, 기존질서를 대변하는데 익숙한 사법부도 위헌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헌법은 이미 구조화되어 있고, 만연해있는 불평등과 불균형을 극복할 수 없기에 많은 뜻있는 이들이 제7공화국의 비전과 미래를 만드는 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노력해 왔다.

제7공화국의 비전과 미래가 가시화되려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이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수밖에는 없다. 촛불시민이 이제까지 대통령을 바꾸고, 지방정부의 권력을 바꾸고, 국회권력을 바꾸었다면 최종 마무리는 헌법을 바꾸는 데에 있다. 촛불정신으로 헌법을 바꾸지 못한다면 역사는 언제든지 퇴행할 수 있고, 권력은 다시 10년을 주기로 시계추처럼 단순 반복을 계속할 수 있다.

제7공화국의 비전은 시민의 ‘실질적인 자유와 행복’에 있다

제7공화국의 가치와 정신은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실질적 자유와 행복을 주는데 집중해야 한다. 87년에 시작된 6공화국의 특징은 ‘형식적인’ 민주주의, 자유, 평등이라는 데에 특징이 있다. 그럴싸한 제도와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형식적이어서 권력과 재산을 획득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보통의 시민들에게는 그저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이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실질적인 자유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권한과 권력의 행사로부터 시작될 것이고, 실질적인 행복은 복지국가의 실현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국가가 모든 시민들에게 육아,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와 노후의 기본적인 복지안전망을 제공해줄 수 있을 때 실질적인 자유와 행복은 시작될 수 있다.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제정한 72년 동안 국가와 시장은 강력해지고 비대해졌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시민은 여전히 왜소하고 불안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제7공화국은 뜻있는 정치인들이 꾸는 꿈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년에 개헌안을 통해 새로운 공화국의 모습을 제안했고, 고 노회찬 의원도 평등과 통일을 양대 가치로 하는 제7공화국의 비전을 오래전에 내보였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시적 슬로건을 내보인 손학규 전 대표도 제7공화국의 실현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모두 제안에 그쳤을 뿐 시대정신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집권여당에 60%의 권력을 주었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66.7%의 권력이 필요하지만 나머지 6.7%의 권력은 집권여당이 스스로 만들도록 하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만들어진 이번 정부가 촛불정신의 개헌까지 만들 수 있다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든 정부로 역사는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7공화국을 만들지 못한다면, 4·19혁명과 87민주화에 이어 촛불시민혁명 또한 ‘미완’으로 만들었다는 불명예를 정부와 국회가 가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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