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귀곡성
[시詩] 귀곡성
  • 정해랑
  • 승인 2020.06.10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석정현 기자 제공

  귀신이 있었으면 좋겠네
  귀신이 우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네
  귀신이라도 질질 짜지만 말고
  한이 맺힌 채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이
  한을 갖게 만든 년놈들을 찾아와
  십년이고 백년이고 참회할 때까지
  뉘우치고 머리 조아려 사죄할 때까지
  괴롭혔으면 좋겠네

  소월의 시 접동새에 나오는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다는데
  남 다 자는 밤에 와서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하고 운단다
  죽어 새가 되었는데 왜 질질 짜는가
  의붓어미 잠든 창가에라도 가서
  니가 나 죽였지 접동
  너도 한번 죽어봐라 접동
  잠못자게 해서 말려 죽여야 하지 않나
  이런 귀신이 있으면 좋겠네

  해마다 4월이 오면 
  수백명 바다에 수장시킨 년놈들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자들
  툭하면 유가족 가슴을 후벼 파는
  망언을 일삼는 인간 말종들
  저 먼 바다에 넣었다 뺐다 수천 번 하고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학살 원흉과 그 똘마니들 잡아다
  죽지 않는 총과 칼을 가지고 와서
  무릎 꿇리고 대검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헬기로 기총소사하고
  진상을 자백할 때까지
  머리 조아려 사죄할 때까지
  괴롭히는 귀신이 있었으면 좋겠네

  있었으면 종겠네 이런 귀신이
  간절히 간절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바라니 꿈속에 귀신들이 찾아왔네
  내가 바라는 귀신은 분명히 있으나
  인간세계에 개입해서는 안 되니
  지켜보며 밀어줄테니
  살아있는 우리들이 학살자들 추궁해서
  진상 규명하고 사죄도 받아내라네
  산 자의 몫은 산 자가 하라네
  꿈에서 깨어나 다시 한번 다짐하네
  귀신같이 무서운 얼굴로
  귀곡성처럼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진상을 밝혀 내고 사죄를 받아내리라
  기어이 기어이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