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기둥으로 선다는 것
[시詩] 기둥으로 선다는 것
  • 정상철(주, 삼도피에스 대표/ 전 목수)
  • 승인 2020.08.31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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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베어져 누울 때

누운 것을 받쳐 이고 서기를 원했을까

종아리 퉁퉁 부어 중간이 불룩해도

꼿꼿한 척 시치미를 떼고 있다

 

배흘림기둥, 강릉객사(江陵客舍) 정문인 임영관 삼문의 기둥
배흘림기둥, 강릉객사(江陵客舍) 정문인 임영관 삼문의 기둥

 

백 년도 넘은 거목의 위엄으로

보자 할 것 없는 호박돌 위에

그랭이 쳐져 올라선 모습은

당당함 보다는 겸손이 느껴진다

 

베어질 때 날아간 백로가 그리운지

머리를 내어주고 열십자로 갈라져

보를 받고 장혀를 물려서라도

처마를 만들어 제비라도 부르려 했다

 

목수는 기둥을 세우지 않는다

나무가 기둥으로 서는 것이다

배흘림기둥, 중간정도가 가장 직경이 크고 위와 아래로 갈수록 직경을 점차 줄여 만든 기둥으로 곡선의 체감을 갖는다.
배흘림기둥, 중간정도가 가장 직경이 크고 위와 아래로 갈수록 직경을 점차 줄여 만든 기둥으로 곡선의 체감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대략 지면에서 3분의 1지점이 가장 굵은 것이 보통이다. 시대에 따라서도 배흘림의 정도 차이가 있으며 건물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현존하는 건물로 보면 조선시대 보다는 고려시대 건물이 흘림이 강하며 특히 그 중에서도 강릉의 **임영관 삼문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래서 울퉁불퉁 호박돌 위에

첫 기둥이 외다리로 홀로서도

바람이 밀어도 사람이 밀어도

미동도 없이 백로의 숲을 바라본다

 

기둥으로 선다는 것은 세워짐이 아닌

극도의 참을성과 맞춰지는 겸손함

살아서나 죽어서나 희생을 즐기려

나무는 기둥으로 서고 싶었나 보다

 

정상철(, 삼도피에스 대표)

30대 중반에 5년 간 목수하면서

양주 대장금 세트

계룡 시 계성사 신축

원주 파평 윤씨 재실

MBC 삼한지 세트 만월대 재현

등의 한옥 짓기 경험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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