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부의 시금석이 된 노조법개악안 철회, ILO핵심협약 비준
촛불 정부의 시금석이 된 노조법개악안 철회, ILO핵심협약 비준
  • 정해랑
  • 승인 2020.12.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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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은 파업에 대한 인식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조법 개악안에 반대하고, ILO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역시 보수언론들은 난리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항상 민주노총의 파업을 물고 뜯기에 바빴던 그들인데 갑자기 방역이 걱정된다는 듯이 떠들고 있다. 그들은 그렇다 쳐도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현 정부 역시 코로나에 대한 방역을 핑계로 파업을 비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파업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러한 사회는 결코 ‘노동존중사회’가 아니다. 그 사회가 노동존중사회냐 아니냐는, 파업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로서 노동존중사회라면 그것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물론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덮친 비상시국이란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하면서 소규모 기자회견을 동시다발로 하는 파업 방식을 택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언론과 정부는 물론이려니와 모든 국민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파업의 이유가 정당한지, 또 파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ILO핵심협약 비준을 차일피일 미뤄 왔기 때문이고, 이제 비준을 한다고 하면서 노조법을 개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ILO핵심협약 비준에 끼워 넣은 개악된 노동조합법안

  ILO는 유엔 내의 전문기구로서 노동기본권에 관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구이다. 우리나라는 이 기구에 30년 전인 1991년에 가입하였고, 가입 당시부터 요구 사항이었던 핵심협약 중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보호)를 비준하겠다고 30년 동안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였는데 드디어 비준 동의안을 받기 위해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비준동의안과 더불어 노조법에 대한 개악안을 동시에 제출하였다는 데 있다. 노동기본권이 향상되니 사용자측에도 ‘대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용자단체의 논리를,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노동존중사회’를 열어가겠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여서 개악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노동법이 왜 있어야 하는지조차 생각하지 않는 무지의 소치이다. 노동법은 노동자가 자본가에 비해 열세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가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와 자본가의 힘은 기울어진 마당처럼 자본가 쪽이 우월하게 되어 있고, 그대로 둔다면 점점 더 기울어져서 마침내 공동체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노동법이란 것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보편적인 문제의식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더디지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식이다. 그러므로 사용자의 대항권은 노동법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원칙에도 맞지 않고 퇴행적이기까지 한 노조법 개악

  정부가 제안한 노조법 개악은 위에서 밝힌 노동법 탄생의 원칙에도 맞지 않지만 우리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현행 헌법 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ILO의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1년 뒤에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조약이 우리 법의 효력을 지닌다. 

  이렇게 되면 제출된 노조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굳이 제출을 해서 법 사이의 충돌을 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의 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가 기업단위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유일한 개선일 뿐 많은 독소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다. 말로만 비준을 할 뿐이지 그 조약에 맞게 법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서 정부는 실업자 해고자의 기업단위 노조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대신 ‘종사자 조합원’과 ‘비종사자 조합원’을 구분하고 ‘비종사자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5공화국 당시의 ‘제3자 개입금지’를 연상하게 하는 악법조항이다. 그 외에도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점거방식의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만들어서 노동자의 힘을 최대한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은 어디로 갔는가?

  역대 한국 정부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아야 한다는 명분하에 국제적 기준을 지고지선인 것처럼 이야기해 왔다. 촛불정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그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세계가 한 나라처럼 좁아지는 요즈음 국제적 기준에 맞게 국내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노동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동문제의 국제적 기준을 외면하다가는 자칫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다. 

  유럽연합과 체결하기로 한 한-EU FTA와 ILO 핵심협약 비준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FTA 체결 발표 후 7년이 지나도록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유럽연합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계속 비준을 촉구하다가 마침내 한-EU FTA 13장 이행 위반으로 분쟁을 제기하였다. 그 1단계로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하였고, 2단계로 ‘전문가 패널’ 설치를 요청한 상태이다.

  2019년부터 전문가 패널의 서면심리와 화상을 통한 대면심리가 진행되어 왔는데 올해 12월에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지 않은 국가는 중국, 브루네이, 마샬제도, 팔라우, 통가, 투발루 등 7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적으로 ‘노동기본권 위험국’이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이다. ‘노동존중사회’를 열어가겠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집권 초기에는 최저임금도 어느 정도 인상했고, 노동시간도 줄이려고 하였으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노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낮은 곳을 향한 대통령의 발걸음에 국민들은 박수를 쳤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노동문제는 역주행하고 있고, 대통령의 발걸음은 재벌 총수 쪽으로 향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항거 50주년이 되는 올해 정부는 고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수여하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ILO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그와 함께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그야말로 개악이었다. 현재 ILO핵심협약 비준은 거의 모든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 반면에 노조법 개정안은 당사자인 양대 노총부터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일단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 편만 드는 언론의 보도만 보고 듣고는 노동자들의 행동을 과소평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1월 26일 현재 노조법 개악을 반대하는 양대 노총의 행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만 135개에 달한다.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극렬히 반대하는 국민이 30%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무조건 현 정부를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혁명에 함께 했던 노동자와 시민사회, 종교계를 적으로 돌리고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가고 산더미 같은 난제들을 풀어 나갈 것인가? 지금 당장 개악된 노조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그리고 즉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그에 맞추어서 1년 동안 법과 제도를 정비하라. 그것만이 노동자가 살고, 이 정부도 살고, 우리 국민 모두가 사는 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노조법개악안 철회와 ILO 협약의 즉시 비준은 문재인 정부가 과연 촛불정부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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