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산재와 전쟁 중이다
우리는 지금 산재와 전쟁 중이다
  • 정해랑
  • 승인 2020.12.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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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해 랑(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직민뉴스 공동대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21일(월) 12시 30분. 주권자전국회의 송명식 조직위원장(3.1서울민회 민본경제사업본부장)과 함께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피해자 가족,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어머님, 고 이한빛 피디 아버지 이용관 아버님,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지 응원하러 농성장을 방문하였다.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단식농성장을 지원방문한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오른쪽), 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 송명식 주권자전국회의 공동조직위원장도 함께 했다.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단식농성장을 지원방문한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오른쪽), 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 송명식 주권자전국회의 공동조직위원장도 함께 했다.

  국회 정문을 통과해서 본청 앞에 있는 농성장으로 가는 동안 코로나 19 때문일까, 인적이 드문 국회 경내는 따뜻한 햇살 아래 적막감까지 느껴졌다.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국회 정문을 사이에 두고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국회 안은 이리도 고요할 수 있는지 이건 폭풍전야라고 인식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며칠째 계속되던 영하의 날씨가 약간은 풀려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진 부위원장은 날씨가 풀리면서 오히려 몸이 오글거린다고 한다.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김미숙 어머님은 너무 피로하셔서 쉬시러 들어가시고, 이용관 아버님, 이상진 부위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이분들께 드릴 말씀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겠는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될 때까지 밖에서 많이 알리고, 지지 응원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이외에 더 있겠는가? 이용관 아버님은 처음 단식농성 시작할 때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 주어서 힘이 난다고 한다.

  힘드실 것 같아 간단한 이야기만 나누려고 했는데 이용관 아버님의 절절한 말씀을 듣느라 적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혹시라도 힘에 부치실까 염려했는데 이용관 아버님은 아직 기운이 넘치시는 듯하였다. 하기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먼저 보내고 얼마나 한이 맺히셨을까?

  처음 고참 피디들을 만나서 함께 싸우자고 했을 때 그들은 자기들 신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다시는 그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군사문화가 기업,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면서 산업재해를 마치 있을 수 있는 일로 만드는 의식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내가 공장에 다니던 80년대 초중반 무렵에 쇠를 다루는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사장서부터 공장장, 직장, 과장, 반장 등이 모두 손가락 한두 개는 잘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났을 때 이들이 날뛰면서 피해자를 야단치고 욕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손가락 잘린 것도 억울한데 욕까지 먹어야 하다니. 그것도 같은 노동자들에게 말이다.

  이러한 일이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수십 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는 5년에 한 번 정도 꼴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왜 막아야 하는가? 전쟁으로 인한 사망, 부상에 따른 고통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평균 5년 동안의 산재로 인한 사상자 숫자가 6.25전쟁 때의 사상자 숫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전쟁 이후 70년이 되었는데 무려 10여 차례의 전쟁을 치른 것이다. 이걸 그대로 두고 본다면 이 어찌 제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막아야 한다. 산재와 치르는 전쟁을 그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노동현장의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국회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현장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시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핑계는 들을 것도 없다. 영세사업장의 경우는 산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정부가 지원하면 된다. 이윤을 위해 사람 목숨도 경시하는 이러한 만행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 

  제도 개선과 아울러 우리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 전에 장관 후보자란 사람의 망언이 공개되지 않았는가?  구의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김군이 자기 잘못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했단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한 산재와 벌이는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산재와 치르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에 동참하자. 동조 단식, 지지 방문, 여야 의원을 향한 법 제정 촉구, 이웃에게 널리 알리기 등 얼마든지 우리가 할 일은 많다. 그리하여 사람이 존중받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내가 청소년 시절에 어른들은 걸핏하면 ‘니들이 전쟁을 알아?’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제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니들이 산재를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옛날에 옛날에 사람 목숨보다 돈을 더 중시하던 야만적인 세상이 있었다.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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