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민인터뷰] 주민자치를 원한다면, 삼삼하게 시작하라
[직민인터뷰] 주민자치를 원한다면, 삼삼하게 시작하라
  • 직접민주주의 뉴스 편집인
  • 승인 2020.12.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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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최우수 마을,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권인호 지원관과의 인터뷰

내년에는 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한다. 중앙집권의 오랜 역사와 권한을 가지고 있는우리 사회는 역사의 비해 자치가 여전히 취약하지만, 주민들의 자치에 대한 욕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전시 대덕구의 송촌동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송촌동이 어떻게 주민들과 함께 자치를 이뤄가고 있는지 30대의 젊은 지역활동가 권인호 주민자치지원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 편집인)

 

Q.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우선 축하를 드리고, 어떤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되는가요?

A. 보내주신 관심과 축하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제19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의 최종 심사단은 전국 17개 시도에서 오신 주민대표들로 구성된 국민심사단이었습니다. 국민심사단은 송촌동 주민자치회에 대한 심사평에서 '3명이 모여 3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툴킷을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의제를 도출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단체와 연계한 공론장을 조성하고 주민 대표성을 확보함'이라는 평가를 남기셨습니다.

저희 송촌동 주민자치회가 주력한 부분을 잘 봐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시작된 제도인 주민자치회는 주민대표성을 점진적으로 확보해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 주민대표성은 형식적 대표성과 더불어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제한된 시간과 역량 속에서 주민 분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과정에 대한 고민이 바로 33모임이었습니다.

가족, 직장, 친구, 모임 등의 관계에서 편하게 동네와 마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내용을 수렴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주민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를 알리고, 긍정적인 주민대표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던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료제공=송촌동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주민들 [자료제공=송촌동]

Q. 송촌동 주민자치회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송촌동 주민자치회는 2019년에 대덕구 주민자치회 전환사업 1단계로 전환되어 내년에 3년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50명의 자치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치회장, 자치부회장, 간사, 자치운영분과, 교육청소년분과, 문화예술분과, 건강복지분과, 안전환경분과 등으로 나뉘어 마을 안의 문제를 조사하고, 주민참여예산제나 자치계획과 주민총회를 통해 동네를 위한 사업을 진행합니다.

앞으로 송촌동 주민자치회는 마을 안에서 주민의 의견을 조사하고, 토론하는 마을 민주주의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많은 소통과 활동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송촌동 주민자치회가 만들어 갈 활동을 애정 어린 눈으로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Q. 다른 곳에 비해 송촌동만의 특징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요?

A.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자치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이 대부분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지역의 주민 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민자치회의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0대 위원의 비율도 상당히 높습니다. 50명 중에 20명의 위원이 40대로서, 전체 위원의 40%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특유의 분위기를 토대로 주민자치회 전체의 단합이나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는 편입니다. 현 주민자치회 조례에서 가능한 최대 인원인 50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2년의 임기가 끝나고 내년에 연임하는 위원이 총 47명으로 94%에 달하는 연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구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많은 지역 조직이나 단체와 네트워크를 맺은 것도 송촌동 주민자치회의 특징입니다. 이번 주민자치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그동안의 마을사업 활동과 네트워크를 조사해보니, 70여개에 달하는 지역 조직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Q. 송촌동 주민자치회에 합류하게 된 개인적인 인연은?

A. 저는 이전에 사단법인 풀뿌리사람들과 사회적자본지원센터라는 기관에서 6년 정도 일했습니다. 지역에서 1,000개의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모토로 풀뿌리 활동과 사회혁신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비전을 가진 조직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인생의 첫 사회생활에서 소소하고 다양한 마을활동들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마을과 지역에 이 시대의 희망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주민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듣고 학습하던 차에, 주민자치회 사업이 제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조직에서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당시 현장지원팀장으로서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계획 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저를 주민자치의 새로운 영역으로 보내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도 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동 단위 자생단체, 주민자치 현장에서 잘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지역의 많은 주민 분들이 신뢰로 품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제공=송촌동
자료제공=송촌동

Q. 주민들과 함께 자치활동을 하고 지원 활동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나요?

A. 아무래도 처음에는 막연하게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민주적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을 실제 주민 분들과의 현장에서 만들어내는데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토론과 합의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숙의와 합의의 과정을 섬세하게 설계하지 못했을 때, 과정이 길어지거나 갈등의 측면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주민자치회가 충분한 지역 기반, 주민에게의 정보 제공과 합의, 풍부한 경험과 역량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작에 있어 초기 활동가들의 헌신과 끊임없는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초기의 느린 성장과 답답함을 견디어내야만 만날 수 있는 자치활동의 즐거움을 위해서 초기에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이 설득하고, 더 많이 기반을 구축해놓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Q. 그러면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던가요?

A.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주민자치의 현장에 함께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던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은 저 개인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직접민주주의와 마을공화국, 민회 활동을 해나가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온 주민의 권한과 활동의 최전선에서 때로는 어렵기도 하고, 내가 이걸 왜 할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올해 송촌동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실제 활동하는 내내 지역 주민이기도 했습니다. 지원기관의 활동가에서 현장의 지역활동가로 주민자치위원님들과 매일 같이 만나고, 회의하고, 밥 먹고, 소통하면서 함께했던 2년이 소중한 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자료제공=송촌동
마을의 과제를 모으는 송촌동 주민들 [자료제공=송촌동]

Q. 우리 사회에서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 고쳐야 할 것 3가지만 꼽는다면?

A. 먼저 제도적인 지원입니다. 지방자치법이나 주민자치기본법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법적인 기반이 갖는 영향력과 공신력, 자원의 확보 등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이 제도와 사업은 충분히 의미와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고, 이 작은 경험과 희망들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도권 정치 문화의 개선입니다. 실제 주민자치회에서 일 해보니, 이전의 소소하고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보다 지역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민자치를 위한 생산적이고 다양한 토론은 중요하지만, 그 본질과 가능성을 논의해보기도 전에 제도권 정치의 권력으로 주민자치 활동을 견제하거나, 제약하는 것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정당공천 문화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이 만들어가는 소소하고 다양한 문화의 중요성입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주민조직 활동부터 시작하여 오랜 역사를 가져왔지만, 최근 들어 공공 영역의 큰 자원과 권한으로 인해 마을과 시민활동이 공공 제도에 귀속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주민들의 신뢰, 시민간의 연대가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주민자치회 활동을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위상, 실무인력에 대한 보장, 자원과 권한의 부여 등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요소들이 다각적인 지역 주체들의 합의와 공감의 문화로 이루어져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억에 남은 특별한 활동이 있었다면?

A.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때 대구지역이나 대덕구보건소,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기부와 마음을 담아 위문품을 전달하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많은 단체들이 함께 기부를 하는 활동이었지만 주민자치회 또한 지역사회가 한 마음으로 기부하는 활동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습니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마을공론장인 3삼3모임 이후에 도출된 972개의 의제를 3회차에 걸친 의제 토론 워크숍으로 진행했는데 이때의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의 주민참여예산제 활동이나 마을계획, 타운홀미팅은 다소 형식화된 행사로 갈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워크숍에서는 의제들을 늘어놓고 각자 손을 들고 그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충분한 토론 후에 표결에 붙이거나 의견을 대변하는 등 마을에서 토론·숙의·공론 문화의 가능성을 보게 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A. 자치위원님 중에 전혀 기존 위원이나 지역 단체와 연고가 없었지만 합류하셔서 열심히 활동하신 젊은 위원님이 계십니다. 아내가 현수막을 보고 한번 신청해보라 하였고, 신청을 하고 공개추첨을 통해 위촉되어, 다양한 연령 및 영역의 분들과 어울리면서 나름의 역할을 해내시고 계십니다. 또한 함께하는 분들이 좋아서 이 자리에 온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새로운 주민 분들의 참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의 활동이 더욱 보장될 수 있는 여러 기반과 제도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활동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재미로 나아가야 하는데 너무 희생과 봉사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분이었습니다.

Q.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위에서 말했던 우리 사회에서 고쳐야 할 3가지의 영역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공공제도의 혁신, 새로운 풀뿌리의 정치문화, 주민들이 주도하는 소소하고 다양한 마을 문화. 이것들을 만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제 한 개의 읍면동에서 나아가 그 읍면동들이 모인 기초자치단체인 대전시와 대덕구의 주민자치 지원을 위한 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Q. 마을사업이나 주민자치활동 관련해 아직은 청년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입니다. 동년배(30대)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A. 이 영역은 다소 생소한 영역입니다. 저는 이 영역에서 꽤 활동을 해왔지만 제가 만나는 동년배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합니다. 경쟁적이고 자본주의에 경도된 사회적인 환경과 기반이 청년들이 다양한 꿈을 꾸지 못하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청년들에게 이러한 활동이 갖는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로컬에서 일한다는 것이 가진 가능성과 재미를 알아가는 청년들이 늘어날 때 사회는 변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청년 세대가 만들어 갈 마을과 커뮤니티는 기존 방식의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개성과 의사가 존중되면서도 사회적 연대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장치와 공간, 활동을 가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청년들이 가질 리더십은 이런 개방적·지역적 리더십이 아닐까 합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이 길에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제공=송촌동
송촌동 마을의 젊은 활동가들 [자료제공=송촌동]

 

Q. 송촌동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는가요?

A. 제 집에 있는 책상에는 이 질문과 같은 내용이 붙어 있습니다. 송촌동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는가에 대한 글입니다.

“이 동네에서 사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해지는 것”

“내가 가진 문제를 밖이 아닌 동네에서 해결하는 마을”

“세련된 교양과 연결의 욕구를 가진 동네”

“동네만의 로컬 문화가 생기는 마을”

“청년의 활동, 지역의 일거리, 아이들을 위한 공유공간”

“이 동네 살 맛 난다”

송촌동이 이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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