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자치법 개정, 그래도 ‘주민자치회’ 해보자
알맹이 빠진 자치법 개정, 그래도 ‘주민자치회’ 해보자
  • 권오성(옥천신문 기자)
  • 승인 2021.01.0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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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는 배제하고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쳐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바뀌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해 온 직접민주주의는 한 치 앞을 못 나갔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읍면 주민자치회는 시범사업 정도로 축소해버리고,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정도의 의미만 보인다. 법 개정을 안 한 것보다는 낫다지만 알맹이가 빠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지방자치법개정 과정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건 직접민주주의 강화와 행정·정치적 지역자립, 그리고 읍면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이었다. 주민의 실질 정책참여와 권한 부여를 번번이 거부했던 형식적 지방자치를 넘어 읍면별 지역사회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의회나 행정에 제안하거나 부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편성해 행정이 집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었다.

주민자치회는 1400명에서 3500여 명 사이 거주하는 면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수가 적기 때문에 모이기도 쉽고, 효과도 즉각 나타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경험하고, ‘주민자치위원회활동을 해온 주민들도 새로운 정치를 시작할 준비를 차근차근해 나갔다. 주민참여 정책 초기 단순 민원제기나 도로 포장을 이야기하던 주민들은, 이제 본인이 살고 있는 면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면에도 목욕탕과 도서관, 장터, 공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군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된 읍면 균형발전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옥천군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모습(사진: 뉴시스 제공)
옥천군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모습(사진: 뉴시스 제공)

 

주민자치회가 빠져버린 지방자치법은 그간 지역사회가 준비해온 직접민주주의 논의를 한순간에 중단시켰다. ‘지방자치법개정으로 군의회가 보좌진을 최대 4명까지 둘 수 있게 되면서 행정과 대등한 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점은 기대되는 부분이나, 직접민주주의는 배제하고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30년 이상 지방자치법이 바뀌지 않은 건 지역사회에 대한 국회 및 정부의 몰이해와 무관심, 불신 때문이다. 32년 전이면 관선군수 시절인데, 오늘날 보기에도 지방자치법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간 손을 대지 않았겠나. 겉으로는 지방자치를 말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야기했지만, 진짜 자치를 허용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은 역량도 준비되지 않았고, 자치는 시기상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역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비단 정부 고위공직자나 국회 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지역 공무원들도 공공연하게 지방자치는 시기상조라 이야기해왔다.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일부 주민, 행정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행위를 한 지방의회의 모습은 특수한 사례임에도 지방자치가 원인이라 이야기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자치와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자조가 있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별 성과가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바꿔 나가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정부나 공무원, 주민들 사이에 퍼져온 걱정과 우려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에도, ‘주민자치위원회가 만들어질 때도 나오던 말이다. 과거와 달리 표현은 근사하게 바뀌었지만 결국 우매한 민이 정치와 행정 같은 큰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의 반복이다.

그러나 그간 주민과 지역사회는 스스로의 역량을 갈고닦았고, 완벽할 것 같던 정부와 지자체가 사실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 알게 됐다.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지방자치제에 주민자치회는 지역자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법 개정은 끝났지만 주민참여와 자치의 진전은 끝나지 않았다. 주민 스스로 예산편성권 등 권한을 요구하고 행정과 의회가 뒤따르도록 하자. 시범사업이라 할지라도 지역자치회 전환을 추진하고,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하자. 설령 법 개정의 한계로 주민들에게 법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으면 어떤가. 우리가 스스로 권한을 가지고 바꿔가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본 기사는 옥천신문과 필자의 허락으로 게재했습니다

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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