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 세상을 바꾸는 힘의 핵심은 민중들, 시민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에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만 어느 정도 해도 박수쳐 줄 수 있다. 그런데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리거나 적어도 최선을 다하는 노력도 없다면 몇 배로 화가 난다. 왜냐면 우리가 그들에게 권력을 주고 월급을 주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수백만 촛불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세월호 진상 규명만큼은 제대로 할 줄 알았다. 이래저래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다면 적어도 최선을 다할 줄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유세를 똑똑히 기억한다.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야만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 누구입니까?"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세월호 진상 규명을 꼭 하겠다고 몇번이고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약속을 믿었다. 많은 국민들 유가족들도 그 약속을 믿었다.
대통령 임기가 1년 정도밖에 안 남은 지금 적어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유가족들이 이 겨울에 몇 달째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노숙 농성을 하고 며칠 전에는 삭발까지 했다. 사실 너무 화가 나 막말이 튀어나오는데 꾹꾹 참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적어도 세월호 진상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몇 달째 농성과 삭발을 하건 말건 나 몰라라 아무것도 안 한다면 촛불의 방향은 현 정부와 청와대를 향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지긋지긋하다. 아직도 우려먹을 게 있나.' 이런 댓글 천지다. 더 심한 것도 많다. 304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자기 아이가 죽었어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나. 심지어 유가족들은 대깨문이네 진상규명 의지가 없네 뭐네 매도당하기도 했다.
상처투성이인 유가족들이 숨을 쉴 수 없다며 오열을 하고 삭발을 했다. 생각하기도 두려운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지금 유가족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고 버티고 버티면서 싸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7년이 가까워 온다. 7년 전 그날 아침의 분노와 울분은 어느새 흐릿해져만 간다. 세월호 7주기인 올해 4월 16일.
우리는 어떻게 그날을 맞이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