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부모들 초인적 힘으로 버티고 있어
삭발한 부모들 초인적 힘으로 버티고 있어
  • 김홍모(제주시민, 만화가)
  • 승인 2021.01.3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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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도 세월호 진실은 아직 요원하다

나는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 세상을 바꾸는 힘의 핵심은 민중들, 시민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에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만 어느 정도 해도 박수쳐 줄 수 있다. 그런데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리거나 적어도 최선을 다하는 노력도 없다면 몇 배로 화가 난다. 왜냐면 우리가 그들에게 권력을 주고 월급을 주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수백만 촛불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세월호 진상 규명만큼은 제대로 할 줄 알았다. 이래저래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다면 적어도 최선을 다할 줄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유세를 똑똑히 기억한다.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약속을 이행하라'며 삭발하는 세월호유족 부모들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약속을 이행하라'며 삭발하는 세월호유족 부모들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야만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 누구입니까?"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세월호 진상 규명을 꼭 하겠다고 몇번이고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약속을 믿었다. 많은 국민들 유가족들도 그 약속을 믿었다.

 

대통령 임기가 1년 정도밖에 안 남은 지금 적어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유가족들이 이 겨울에 몇 달째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노숙 농성을 하고 며칠 전에는 삭발까지 했다. 사실 너무 화가 나 막말이 튀어나오는데 꾹꾹 참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적어도 세월호 진상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몇 달째 농성과 삭발을 하건 말건 나 몰라라 아무것도 안 한다면 촛불의 방향은 현 정부와 청와대를 향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약속을 이행하라'며 삭발하는 세월호유족 부모들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약속을 이행하라'며 삭발하는 세월호유족 부모들

 

세월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지긋지긋하다. 아직도 우려먹을 게 있나.' 이런 댓글 천지다. 더 심한 것도 많다. 304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자기 아이가 죽었어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나. 심지어 유가족들은 대깨문이네 진상규명 의지가 없네 뭐네 매도당하기도 했다.

상처투성이인 유가족들이 숨을 쉴 수 없다며 오열을 하고 삭발을 했다. 생각하기도 두려운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지금 유가족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고 버티고 버티면서 싸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7년이 가까워 온다. 7년 전 그날 아침의 분노와 울분은 어느새 흐릿해져만 간다. 세월호 7주기인 올해 416.

우리는 어떻게 그날을 맞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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