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개벽화 피는 마을.6 빈집의꿈2-기다림
[시詩] 개벽화 피는 마을.6 빈집의꿈2-기다림
  • 강주영(전주동학혁명기념관 운영위원)
  • 승인 2021.02.05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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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리 자전차 타고 오는

어둑한 신작로길

태인장 입암장 고부장을 돌던

장돌뱅이 아비를 기다리는

배고픈 밤

 

박홍규 작 '빈집의 꿈2 - 기다림' 340X750 한지에 채색
박홍규 작 '빈집의 꿈2 - 기다림' 340X750 한지에 채색

 

찔레꽃은 가시만 내밀었다

팔랑개비 삽질로

공구리 치고

세맨 포대로

공책을 만들던 아비는

간조날이면 술에 취해

살림을 쳐부숴댔다

지에무 쉐브레타

트럭 밑에 숨던 날

밤하늘 볓빛은 총총

눈물도 총총했다

식민지에 태어나

전쟁에 끌려나가

양키 솔저들과

하우스보이 영어를 하고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 불면서

남인수 노래를 부르면

동네 사랑방 아짐들

난리가 나던

수금 양반 아비는

자식이 독방에 갇혀도

면회 한 번 오지 않았다

네 뜻이 장하다만

집안도 생각해야지

수의에 갇힌 집안의 꿈

아비는 이제 늙고 꺾여져

말라 버린 댓가지가 되어

'병든 어미라도

방실거리며 아비를 반기니

을매나 좋냐'던 아비는

어미 떠난 빈방에 우두커니

아비의 어깨는 낙엽 같았다

아비는 자식을 기다리는데

아비의 꿈을 꺾은

늙은 자식은

집에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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