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리 농부 이야기.3] 척박한 땅이 비옥한 땅으로
[범대리 농부 이야기.3] 척박한 땅이 비옥한 땅으로
  • 범대리
  • 승인 2021.04.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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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퇴근을 하고 텃밭으로 향했다.

작년엔 한살림 퇴비를 썼는데, 올해는 따로 사지 않았다. 대신 벗님들과 손수 만든 밥상부산물 친환경 퇴비를 써보기로 했다. 텃밭 한켠에 따뜻하게 열이 오른 퇴비를 포대에 담아 밭에 뿌리고, 삽으로 섞어 주었다. 이랑 둘레에 물길을 내고 들풀을 고르니 훌쩍 시간이 지났다.

 

겨우내 사람 손이 닿지 않아 척박한 땅이, 비옥한 흙으로 바뀌어 가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도시텃밭은 매년 신청을 해야 이어갈 수 있고, 밭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다행히 작년에 가꾼 밭을 올해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땅이 없어 빌려쓰는 농부의 설움을 헤아리게 된다. 평생 나의 땅이란 전제하에 하늘땅살이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밭에 섞인 퇴비를 보고 있자니 신기할 따름이다.

음식 부산물과 톱밥은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그저 불필요한 찌꺼기이고 처지 곤란한 쓰레기이다.

헌데 이 둘이 섞이니, 생명력 가득 품은 흙이 된다.

한살림운동도, 우리네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일 때는 가치 없는 것들이, 좋은 때에 뜻있는 만남과 이어지게 되면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러니 섣불리 가치 없는 것으로,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규정하려 해선 안 된다. 비옥한 땅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스스로 준비되었는지 돌아보며 내실과 역량을 숙성 시켜 가야 한다. 좋은 때는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함께 일구어 가는 것이다.

 

 

비판과 한탄보다는 소망과 대안을 부지런히 더듬어야 한다. 그리고 거짓 없이 마음을 다해 사람을 만나, 함께 동지가 되어 가자고 손내밀어야 한다. 한 방향을 바라보는 이들과 한데 뒤섞여 가려는 생기보다, 배타적 분열과 갈등의 기운이 강하면 무엇이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좋은 씨앗을 심어도 마땅한 열매를 얻기 어렵다. 흙님과 함께하며 얻는 귀한 교훈이 나의 마음을 더욱 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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