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이주 위험에서 벗어난 지심도 주민들
강제 이주 위험에서 벗어난 지심도 주민들
  • 강제윤(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섬 순례자)
  • 승인 2021.06.0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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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주민 생존권 투쟁을 주도해 온 주민들과 섬연구소 노력이 결실로

마침내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려던 거제시와의 싸움에서 지심도 주민들이 승리했다.

이제 15가구 35명의 지심도 주민들은 더 이상 섬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주민들과 함께 지심도 주민 생존권 투쟁을 주도해 온 섬연구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늘(61) 오전 11시 지심도에서는 주민들과 거제시, 국민권익위원회, 환경부 4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가 열렸다. 주민들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환경부 홍정섭 자연보전 정책관 등이 참석했고 국민권익위와 지심도 주민, 거제시. 환경부 4자의 대표들이 조정안에 서명했다. 조정안에는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지 않고 주민들이 영구 거주하며 합법적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40년 동안 국방부에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

그동안 거제시는 지심도 관광개발을 이유로 주민들을 섬에서 강제로 이주 시키려 해왔다. 지심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집 건물의 소유권만 있고 토지의 소유권이 없기에 내쫓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지심도 주민들에게 토지 소유권이 없는 것은 주민들의 잘못이 아니다. 지심도 원주민들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 강제추방 당했고 해방 후 되돌아와 건물은 불하받았지만 땅은 불하받지 못했다.

  

2021.06.02.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 광경
2021.06.02.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 광경

 

당시 토지 소유권자가 일본 육군성으로 돼있어서 정부는 대한민국으로 소유권 이전 한 뒤 불하해 주기로 약속 했었다. 하지만 군사독재 정권은 약속을 어기고 국방부에게 소유권을 넘겨버렸다. 그래서 주민들은 40년 동안 국방부에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 가며 살아야 했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일본군의 후예도 아닌데 소유권을 승계하게 한 것은 명백한 정부의 잘못이다. 그런데 2017년 국방부는 또 주민들이 아니라 거제시로 토지의 소유권을 팔아 넘겨버렸다. 결국 지심도 주민들이 토지 소유권을 갖지 못한 것은 국가 권력에게 두 번이나 배신을 당한 때문이다.

2017년 소유권을 넘겨받은 거제시는 관광개발을 명분으로 지심도 주민들을 강제 이주 시키려 시도했다. 하지만 지심도는 이미 주민들의 노력으로 연간 15만명이 찾는 관광지인 까닭에 더 이상의 관광개발이 불필요 하다. 더구나 섬 전체가 국립공원구역이라 개발이 불가능하다. 결국 관광개발은 주민 강제 이주 명분에 불과하고 실상은 지심도 관광산업 이권을 개발세력에게 넘기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는 4곳 이상의 업체에서 지심도 개발 계획 마스터플랜을 거제시에 제안한 사실을 통해 밝혀진바 있다.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과 관계자들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과 관계자들

 

주민들이 강제 이주를 거부하자 거제시는 단전, 단수, 도선(여객선) 운항 중단 위협과 지심도 주민들의 해산물 채취권리 행사 방해, 무허가 불법 영업 단속 등으로 주민들을 압박했다. 오랜 세월 지심도 주민들은 민박업과 식당영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민박은 합법적이었지만 주민들이 무허가 식당 영업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심도 주민들이 무허가 영업을 한 것은 절박한 사정이 있어서였다.

지심도에는 방파제가 없어서 어선을 피항 할 곳이 없는 까닭에 주민들은 황금어장을 앞에 두고도 어업으로 먹고 살길이 없었다. 게다가 태풍으로 오랫동안 생계 수단이었던 유자와 밀감나무들이 모두 고사해 과수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사비를 들여 도로를 포장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탐방로를 내고,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찾아다니며 홍보를 해가며 지심도를 거제시의 대표적 관광지로 변신시켰다. 마침내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주민들은 민박과 간이 식당영업을 하며 생계를 이을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주민들도 식당 허가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지심도가 국립공원인 까닭에 허가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심도가 국방부 소유이던 때는 20년 넘게 영업을 했지만 거제시도, 국방부도, 환경부도 누구도 단속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심도 주민들의 거주지가 국립공원 마을지구로 지정되면 합법 영업도 가능하다. 하지만 거제시는 마을 지구 지정을 반대하며 오히려 대대적 단속으로 주민들을 범법자로 몰아 강제 이주 시킬 명분 만들기에만 혈안이 됐다. 위법의 합법화를 방해 한 것은 오히려 거제시였다.

 

  토지 불하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그렇게 실의에 빠져 있던 주민들은 20206월 사단법인 섬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해 왔고 섬연구소에서는 mbc, ytn, 한겨레신문, 부산일보 등 언론 방송 기고와 동행 취재 등으로 지심도 문제를 공론화 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어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섬연구소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전해철 행안부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면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심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지심도 사태 해결 촉구 서한을 보내 국무조정실도 조정에 협력하게 했다. 토지소유권을 빼앗아간 대한민국 정부 기관들과 여당이 지심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만든 것이다. 토지 소유권이 없고 거제시의 무허가 영업 단속 등의 압박에 주눅 든 주민들은 거제시와 직접 맞서 싸울 수 없으니 결국 섬연구소가 주민들을 대신해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 조정안은 이런 지난한 노력들의 결실이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다. 조정안을 통해 주민들은 강제로 쫓겨나지 않고 재산권을 보호 받으며 살 수 있게 됐다. 건물 부지 토지는 영구 임대가 가능하도록 했고 무허가 건물 또한 일부 양성화해 무조건적인 철거는 면하게 됐고 합법적 상업활동도 가능하게 됐다. 오늘 조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 에서 발언하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 에서 발언하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지심도 이주 갈등 집단 민원 고충민원 현장 조정 회의> 조정안 주요 내용

 
(1) 지심도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주민들은 2006년 이전 국방부 자료에 기재된 건축 면적은 합법으로 인정받고 2006년 이후 신축된 건축물은 자진 철거한다.

(2) 주민들이 건축물의 개보수를 신청할 경우 거제시는 법령에 따라 적극 협조한다.

(3) 지심도 15 가구 주민들의 생계를 위한 상업 활동은 2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현 위치의 주택에서 민박을 하거나 국방과학연구소 건물에서 합법적 상업시설(식당업 등) 운영에 참가할 수 있다.

-민박 운영을 택한 사람은 국방과학연구소 상업시설 운영에 참가 할 수 없고 상업시설 운영을 택한 사람은 민박을 겸할 수 없다.

-<국방과학연구소> 상업시설 운영은 민박을 하지 않고 거주만 하는 주민 공동으로 운영하며 운영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고 이주 시에도 운영권을 상실한다.

-<국방과학연구소> 상업시설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수의 계약하며 사용료를 납부한다. 영업권 운영 기간 등은 세부 합의서 작성 시 협의하여 결정한다.

(4)이주를 원하는 사람은 거제시청에 매각을 요청할 수 있고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3자에게 매각 할 수 있다.

(5)환경부장관은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자연공원법령상 공원시설로 변경승인하는 절차를 이행한다.

(6)조정 합의 내용은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45호에 따라 민법 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에 대한 이행 청구권이 있다. 법원의 1심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다.

 

상생협약은 체결 됐지만 아직 미해결의 과제도 남아있다. 그래서 이 승리는 미완의 승리다. 가장 큰 과제는 토지 불하다. 독재정권시대 국가 권력에게 빼앗긴 토지를 주민들에게 되돌려 줘야 하는 것은 민주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정부기관인 국민권익위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제시장은 끝끝내 토지 불하를 반대해 주민들에게 토지 불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민들의 거주지에서 상업 활동 합법화를 위해 환경부에 국립공원 마을지구 지정을 신청했지만 환경부는 거제시 눈치만 보며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근대 유산(등록문화재 대상)인 지심도 주민들의 가옥을 문화재청장 직권으로 문화재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문화재청도 협력하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반드시 해결돼야만 한다. 섬연구소에서는 향후에도 미완의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래야 지심도 주민들의 삶이 더욱 안정 되고 지심도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심도 주민 생존권 투쟁을 응원해 주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어떤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먼 길을 동행 취재 방송해 준 mbc뉴스 신수아 기자님, 끊임없이 지심도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신 진선미 국회의원과 국회 농해수위 서삼석 국회의원님, 송경용 신부님께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지심도는 아직도 지켜야 할 가치가 너무 많다. 지심도는 거제 시민만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것이며 국가적 보물이다. 앞으로도 지심도 주민들의 권리와 지심도의 소중한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202161일 지심도에서 사단법인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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