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일기3]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광명일기3]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윤보리 기자
  • 승인 2021.12.02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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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대학, 유쾌한 상상과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1997년 IMF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자살율은 치솟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평균 수준이었지만, IMF를 통해 높아진 자살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10여년 전에는 자살율이 30명(10만명당)을 넘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조금 떨어져 지난해에는 23.5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도 OECD국가에서 1위이며, 10.9명의 OECD평균의 2배가 훌쩍 넘는 높은 수치다.

왜 한국사회의 자살율이 유독 높을까? IMF의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라는 이는 한국사회를 ‘집단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라고 불렀다. 망신스럽기도 하고 열불도 난다. IMF 때문에 자살율이 이렇게 높아졌는데, 그들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OECD주요국 자살율 (자료=통계청)
OECD주요국 자살율 (자료=통계청)

높은 자살율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무엇보다 높은 자살율에는 심각한 빈부격차라는 경제적 요인이 있다. 우리 사회는 미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빈부격차를 가지고 있고, 열악한 노인복지로 인해 노인들의 빈곤율은 OECD평균의 3.5배에 달한다. 높아진 자살율의 1차 요인은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다.

두 번째로 높아진 이유는 급속한 공동체의 붕괴와 고립화된 개인들이다.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는 공동체적 모습이 농촌이든, 도시든 남아 있었다. 하지만 IMF의 경험은 ‘각자도생, 승자독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을 온몸으로 경험하도록 했고, 이후부터 정글의 법칙은 굳어져 갔다.

세 번째는 고립되고 허약한 자아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현재의 교육체계를 비롯한 재생산 시스템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공동체가 붕괴되었더라도 그래도 강한 내면과 자존감을 가진 이들은 현실과 싸우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이마저도 무너진 상태다. 허약한 자아와 비빌 언덕이 없는 이들은 작은 상처에도 무너져 버린다. 우리사회의 연령대별 자살율을 보면 40대 이상은 감소하고 있지만, 30대 미만은 증가하고 있으며 20대는 2019년 대비 12.8%라는 엄청난 증가율을 기록했다. 10대의 증가율도 9.4%에 달했다. 여기서도 청년세대의 깊은 좌절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아마도 한국사회에 손쉽게 갈 수 있는 산과 자연이 없었다면 자살율은 더 치솟았을 가능성이 높다. 함께 할 이웃들도, 최소한의 안전망도 부족한 사회에서 고립된 개인들은 산과 자연에서 그나마 위로를 받았다. 주말이면 많은 시간과 돈을 도로에 버리면서 서울을 탈출하려는 것은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지 모른다. 

험한 시대를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험한 시대를 살아가려면 제대로 된 지식과 지혜를 찾아 자신을 잘 단련시켜야 하고, 이웃들과 함께 비빌 언덕을 만들고, 국가적으로 지구적으로 함께 연대해나가야 한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견딜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으니 이중삼중의 고난이다. 오염은 강자들이 주로 만들었지만, 그 피해는 가장 약자부터 먼저 받아야 하는 비극적 현실이다.  

마을, 힘든 시대를 건너가는 유쾌한 선택  

광명에도 시민들이 즐겨찾는 산이 있다. 도덕산과 구름산. 둘 다 해발 200m 남짓한 동네 뒷산이지만, 이름이 약간 남다르다. 도덕산의 연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구름산은 비오는 날 산을 바라보면 왜 그리 이름을 지었는지 선뜻 이해가 된다. 낮은 산이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안개와 구름이 산 언저리로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꼭대기에는 운산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어느 봄날의 도덕산 텃밭 전경
어느 봄날의 도덕산 텃밭 전경

 

중턱에서 바라본 텃밭가는 길
중턱에서 바라본 텃밭길

도덕산에 오르면 산자락에 꽤 넓은 도시텃밭이 보인다. 지인의 말을 빌자면, 70년대 시골에서 광명으로 상경한 이들이 산자락을 일궈 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산밭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돌을 주워냈을지 눈에 선하다. 등산길 옆에 펼친 야채가게들이 정겹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이들이 야채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여유롭다.

운동을 하느라 오르락내리리가 하다 농막이라도 하나 지어 산자락에서 무엇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술자리에서 나왔다. 대부분 엉뚱한 생각은 술자리에서 장난삼아 이야기하다 만들어진다. 우연이기도 하고, 필연이기도 하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기도 하고, 둘 다 아니기도 하다.

마을이 큰 배움터, 유괘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장난삼이 시작한 일이 돈이 좀 마련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일단 농막을 짓고, 목공학교를 하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좀 배워보자.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세상에서 손과 발을 쓰는 일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으니~~

약간의 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바로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농장의 관리자이면서 하우스 유경험자의 지도하에 뼈대를 세우고 비닐을 씌우는 일을 시작했다. 간단한 일처럼 보였지만, 녹록한 일은 아니다. 목공과 농막과 막걸리에 뜻이 있는 장정들이 몇 사람 달라붙었기에 그나마 하루 안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손발을 쓰는 일은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농막하우스 만들기
농막하우스 만들기

하우스를 짓고 나서는 남자들의 로망중의 하나인 목공학교를 시작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아파트에서 어떻게 해볼 수가 있겠는가? 뚝딱거리다 욕먹기 십상이다. 이런 공간이 생기니 해보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생긴다. 난로를 피우고,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나무를 손질하는 일이 좋다. 마을이 이런 공간들이 좀 있으면 스트레스도, 자살율도  조금은 줄어들 성 싶다.

목공학교1
목공학교 강의
목공학교2
목공학교 실습

 

함께 쓸 공동작품 평상도 만들고
함께 쓸 공동작품 평상도 만들고
개인 작품들도 하나씩 만들었다
개인 작품들도 하나씩 만들었다

자전거학교도 시작했다. 안양천과 한강이 연결되어 있어 광명은 자전거 차기에는 괜찮은 도시다. 몇 해전에 겁 없이 한강-낙동강 일주를 하면서 중간에 고장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까 조바심이 났던 기억이 나서 전문가에게 자전거 구조와 간단한 수리도 배우고, 제대로 된 주행법도 배웠다. 겨울을 빼놓고 마포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데,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천변에 지천으로 핀 꽃들도 보기 좋고, 강변의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하다.

안양천-한강의 자전거 라이딩
안양천-한강의 자전거 라이딩

 

자전거학교
자전거학교

20년 전에 광명으로 처음 들어올 때의 안양천과는 격세지감이다. 천변 가까이만 가도 썩은 냄새가 났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3,4급수에 사는 물고기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 봄날 힘차게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떼들을 보면 시경의 ‘연비어약(鳶飛魚躍)’이 생각난다. 인간은 자연속에서 충분히 조화롭게 살 수 있으련만...그 놈의 탐욕과 탐욕을 끊임없이 조장하는 물신주의, 시장주의가 문제다.

텃밭음악회도 열었다. 부근에서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도 나누고, 필요한 것은 나누기도 하고...자연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이들이다. 더군더나 음악까지 있으니. 시끄럽다고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 경찰이 산아래 대기하기도 했지만, 참여한 이들은 두어시간 유쾌하게 놀았다. 농막에다 평상까지 만들었으니 텃밭농사꾼, 도덕산 사랑하는 이들과 천천히 술잔을 기울일 예정이다.

음악회1
농막 앞에서 연 도덕산 텃밭음악회 
텃밭음악회
텃밭음악회

내년에도 농막에서 마을대학 이름으로 이것저것 배워보려고 한다. 공자도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일이 삶의 큰 즐거움이라고 했는데, 제대로 된 배움은 학교 안에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마을 자체가 큰 학교이니 사람들과 함께 이것 저것 해볼까 한다. 힘든 시절을 건너르면 마을에서 유쾌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망치고 짜증나게 하는 놈들은 대체로 학교에서 교과서만 외우고 출세해 자기 배나 채우려는 것들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與民同樂 不亦悅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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